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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Feb 17. 2023

캐나다 학교에서 부정행위를 하면 어떻게 될까?

캐나다에는 한국의 수능평가나 미국의 SAT 같은 제도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등학교 11-12학년의 성적이 대학 진학할 때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절대적이죠. 따라서, 물론 한국에 비할바는 아니겠지만, 이곳 아이들도 나름 학교 성적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부정행위를 하다가 적발되는 아이들이 있는데요, 교사입장에서도 참 난감합니다. 부정행위에 따른 처벌의 종류와 수위는 학교마다 또는 교사마다 다 다릅니다. 저는 보통 일단 해당 시험을 0점 처리하고, 교감과 부모에게 아이의 부정행위 사실을 알립니다. 재시험은 볼 수 있지만 재시험에서 받을 수 있는 점수는 C+ 의 상한선으로 제한됩니다. 처음 적발되면 이 정도 선에서 처리됩니다. 하지만 두 번째 적발되면 이제 문제가 좀 심각해집니다. Detension(주로 방과 후에 학교 오피스에 일정시간 잡혀 있는 처벌)이나 Suspension (정학)을 받을 수도 있고, 죄질에 따라 학생 기록부에 빨간 줄이 남을 수도 있습니다. 


신 선생은 일단 부정행위가 발견되면 최대한 조용히 다가가서 시험지와 증거물을 압수합니다. 주변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게 두려워서라도 대부분은 순순히 인정하고 내놓습니다. 그런 다음 그 녀석은 시험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앉아서 기다려야 하는데요, 그 시간이 억겁의 세월처럼 고통스럽게 느껴지겠죠. 그래서 대부분 부끄러움과 두려움과 자책감에 괴로워합니다. 마침내 시험이 끝나고 다른 학생들이 모두 퇴실을 하고 나면 불러다 자초지종을 묻고 그 학생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산만한 덩치에 평소에 혼자 강한 척은 다하던 녀석들도 일단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 자기 잘못을 시인하고, 그에 따르는 처벌도 담담히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오히려 이런 일로 인해 그 녀석과 더 가까워지는 전화위복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 부모들과의 관계입니다. 아이를 돌려보낸 후, 교감과 그 학생의 부모에게 아이의 부정행위 사실과 그에 따른 후속 조치를 알리고, 아이와 나눴던 대화도 함께 전달하는 메일을 보내는데요. 이때 부모들의 반응은 아이들과는 달리 사뭇 다양합니다.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깊은 반성에 따른 진솔한 사과와 함께 그동안 아이가 겪었던 어려움들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고, 또 필요한 도움을 교사에게 요청하기도 하는 등 아주 바람직한 반응을 보이는데, 이런 분들에게서는 저도 참 많이 배웁니다.


또 어떤 부모들은, 선생의 이런 이메일에 답장을 안 할 수는 없으니 마지못해 하기는 하는데, 정말 성의 없이 마치 자동 응답 메시지처럼 한두 문장으로 답장을 보내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아이의 성적이나 행동이 나아지는 경우는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이후 선생과의 관계도 왠지 서먹서먹해지는 사례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는, 아이의 잘못에 대한 언급은 지극히 형식적이거나 아예 없고, 이로 인해 아이가 받게 될 성적상의 불이익(?)에 대해서만 구구절절 선처를 요구하는 부모들이죠. 아주 드물지만 가끔 있습니다. 음.. 갑자기 몇 년 전 어떤 엄마가 생각나면서 기분이 매우 나빠지려고 합니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교육은 부모의 협조 없이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녀석이 나름 괜찮은 성인으로 잘 자랐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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