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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Pie Oct 07. 2023

캐나다의 한가위, 추수감사절

Canadian Thanksgiving Day

돌아오는 월요일 10월 9일은 캐나다의 한가위, 추수감사절 (Thanksgiving Day)입니다. 신선생네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추석을 한국에서처럼 음력 8월 15일에 기념하지 않고, 매년 10월 둘째 월요일인 캐나다의 추수감사절에 맞추어 쇱니다.

https://www.newsweek.com/happy-canadian-thanksgiving-1538396

일단 추석은 캐나다에서는 평일이라서 기념하기 어렵습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출근하고, 등교하고 방과 후 활동까지 하루종일 바쁘게 지내고 나면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많습니다. 또 나중에 아이들이 다 자란 뒤 분가해서 따로 살게 되면, 휴일도 아닌 추석에는 오기 힘들겠지만, 추수감사절 롱위켄드에는 손주들 데리고 엄마아빠 집에 찾아오기도 편할 테니 말입니다. 그리고 아직 여름의 기운이 남아있는 9월에 맞이하는 추석보다는, 단풍이 곱게 물든 10월에 있는 추수감사절이 명절 분위기도 훨씬 더 나기도 합니다.

Photo by Flying Pie
Photo by Flying Pie

가능하다면 간단하게 차례상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가톨릭 가정인 신선생네는 추수감사절에 해당하는 말씀의 전례와 기도, 그리고 묵상 나눔으로 차례를 대신합니다. 어느덧 열한 살 요요는 이제 성경 말씀을 아빠와 번갈아서 매끄럽게 읽을 수도 있습니다. 요둘이도 이제 화답송을 곧잘 따라 하는 모습이 흐뭇하더군요. 십자고상과 성모상 옆에 촛불도 켜놓고 분위기를 잡아서 그런지, 엄마아빠가 자라던 시절 양가의 할아버지, 할머니들께서 힘들고 고생하셨던 “라떼는 말이야”스러운 이야기를 하는데도, 눈을 맞춰가며 경청해 주는 모습이 무척 고맙고 대견했습니다. 아직은 영어로 했지만, 언젠가는 아이들이 한글로 성경도 읽고 기도와 나눔도 우리말로 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가족 기도 후에는 물론 아빠표 스테이크나 칠면조 요리로 먹부림이 빠질 수 없죠.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는 캐나다 명절 기분을 내고 싶어서 스터핑 잔뜩 넣고 어른 주먹만 한 버터를 다 써가며 오븐에서 몇 시간씩 칠면조를 굽기도 했습니다. 칠면조는 비주얼이 워낙 푸짐하다 보니 일단 한 마리 구워 놓으면 손님 초대하고 소셜미디어에 올리기에는 매우 좋습니다. 하하. 하지만 훌륭한 비주얼에 반해 맛은 퍽퍽하고 양도 너무 많아서, 이후 일주일 내내 칠면조 수프, 칠면조 샌드위치, 칠면조 볶음밥, 칠면조 샐러드를 먹어야 하는 부담에 최근에는 반들반들 길이 잘든 신 선생의 보물 제3호 무쇠팬에 구운 안심 스테이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Photos by Flying Pie

또 가끔은 랍스터 꼬리를 쪄서 먹거나 오븐에서 로스팅한 홍연어를 먹기도 합니다. 캐나다 서부 해안지역에서는 짙은 붉은색의 단단한 육질이 돋보이는 홍연어(Sockeye Salmon)가 많이 잡힙니다. 덩치만 크고 물렁물렁(?)한 양식장 핑크연어에 비해서 작고 날씬한 홍연어는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육질이 매우 단단해서 오븐에서 로스팅을 해도 형태를 잘 유지하며 풍미와 식감이 좋습니다.

https://misterbutcher.ca/products/wild-sockeye-salmon-1-pound-side-frozen

기분을 좀 더 내고 싶으면 매주 토요일에 밴쿠버 캐네디언스 야구장 앞에서 열리는 Farmers market에 가서 갖가지 빛깔의 단호박과 가을 제철 채소를 사 오기도 합니다. 시즈닝과 오일을 잘 발라서 오븐에 구운 뒤,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스테이크나 연어 같은 메인 요리에 곁들여 먹으면… 아, 인생 뭐 있나 싶습니다.

(C) Flying P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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