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는 책을 꼭 쥐고서 오늘도 살 길을 찾는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나.

매일이 반복되는 보통날. 처음의 설렘은 뒤로 가고 어느새 익숙해져 있는 나를 발견한다. 이 세상에 발을 딛고 뭐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될 줄 알았던 나는 요즘 실망이 크다. 뭐라도 될 줄 알았으나 그 뭐라도 되는 게 왜 이리 힘든지.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남과 비교하게 되는데 주변을 보면 다른 사람도 크게 달라보이지 않는다. 글을 쓰겠다던, 커피를 만들겠다던 그들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부지런히 이 하루와 싸우고 있겠지.

예전처럼 망연자실하며 아무것도 안하고 그러지는 않는다. 좀처럼 몸을 일으키기 힘든 날도 억지로 일어나 내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늘 생각한다. 뭐라도 해보려고 부단히 애쓴다. 예전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되는 건 더 잘 하려고 애쓰고, 안 되는 건 빠르게 손절하는 것. 포기도 용기라고 했다. 글은 내 삶의 치유이자 낙이므로 놓을 수 없다. 지금처럼 글을 써야 속이라도 후련하다.

상황이 늘 좋을 수만 있을까. 삶이 그러하듯 좋은 일이 오면 나쁜 일도 잘도 온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때는 늘 좋았던 순간을 생각한다. 좋았던 순간은 잠깐이므로 그 순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예를 들어 무언가를 시작하기 전 초심의 마음.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어떤 일이 주어질지 설렘과 긴장 속에서 글을 썼던 아가 같은 그 마음. 매장 오픈하기 전 모두들 잘 될 거라며, 그리고 나 또한 그렇게 믿으며 시작했던 첫 오픈 날. 그 모든 처음을 요즘은 자주 떠올리곤 한다. 그러고 나면 그래 내 시작은 무조건 앞으로 나아가기었는데. 뒤도 돌아보지 말고 옆길로 새지도 말고 앞만 보고 가기로 했었다는 걸 알아챈다. 그제야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정신이 차려진다.

요즘은 나에게 집중하기도 모자랄 시간에 다른 곳을 보고있다. 잠으로 회피하거나 먹으면 체하니 잘 먹지 않거나 하다보면 몸도 같이 아파온다. 요즘이 그렇다. 툭하면 아프다. 오늘도 일도 못하고 병원에 다녀왔다. 자기관리가 하나도 안되는 이게 무슨 꼴이람. 의사는 스트레스성 같다며 약을 다르게 복용해보자 권유한다. 그러자 했다. 마음이 아픈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몸도 안 따라준다. 이럴 때는 어떡하지.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손에는 책을 꼭 쥐고서 오늘도 살 길을 찾는다. 이리저리 눈알이 바쁘게 돌아간다. 조금 지친 나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앞만 보지 말고 옆도 좀 보고 살자. 옆 길로도 가보고 좀 그래 보자. 생각지 못한 게 있을 수 있잖아? 너무 앞만 보지 말고 유연하게 요리조리 가고 싶은 곳으로 가보자. 그래야 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