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를 수 없는 전화번호

by 밑줄긋는여자

256.

내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 목록의 숫자다.


한 번은 일터에서 이리저리 치이고 무척 울적한 적이 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웠다.

해결책을 바라거나 위안이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그냥 잠깐의 통화면 충분했다.

휴대폰 속 전화번호를 하나씩 확인하며 누구에게 전화할까 고민했다.

그리고 ...... 나는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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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뉴욕의 방'이라는 작품이다. 그림 속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타인과 함께 있어도 고독과 불안은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흠...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나보다. 사람들과 함께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도 이렇게 극히 외로운 순간순간이 찾아오다니!


어딘가 허탈함이 느껴진다.

여태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이 조금은 잘못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누를 수 없는 번호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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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서치'에서 아빠는 행방불명된 딸을 찾기 위해 딸의 SNS로 친구들과 연락을 취한다. 그런데 막상 절친인 줄 알았던 남학생은 별로 딸과 친하지 않다고 하고 다른 아이들도 그녀를 깊이 알지 못한다. 심지어 밥도 혼자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빠는 충격에 빠진다. 수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딸은 외로웠던 것이다.


인간은 다른 누군가의 아픔이나 고독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줄 수 없는지도 모른다.같이 울어주기도 하고 걱정해주기도 하지만 정말 깊숙한 감정까지는 공유할 수 없는 것.


그게 인간 본연의 슬픔인지도 모르겠다.


삶을 살아오며 느끼는 것은

누군가의 인생들이 모두 짠하다는 것.


학창시절에 함께 떠들며 지냈던 친구도, 나를 키워준 부모님도, 그저 스쳐지나갔던 인연들도 모두 이 고독한 삶을 헤쳐나가려 얼마나 많은 애를 쓰며 노력하는 것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모두에게는 각자만의 고통이 있다.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두려움도 있다.


"안개 속을 거니는 것은 이상하여라

인생이란 외로이 있는 것

어떤 사람도 다른 사람을 알지 못한다

누구든 혼자이다"


헤밍웨이의 '안개 속에서'의 싯구이다. 헤밍웨이도 이처럼 존재의 고독을 절감하고 있었구나.


함께 더불어 산다는 것은 위안이 되는 일이지만 여전히 스스로가 이겨내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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