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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의 Oct 27. 2024

뱀파이어 해요? 말아요?

추신. 아직도 최적을 포기 못한 독자를 위해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아, 그렇지. 30개월 전에 뱀파이어가 된 이야기 중이었다.

물론 나도 그 전에는 뱀파이어를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금도 부럽지 않았다. 


피, 무엇보다 그들은 그 끔찍한 것을 빨아먹고 사는 음침한 족속 아니겠어?

뚝뚝 떨어지는 검붉은 피라니... 

냄새만 맡아도 구역질이 난다. 피를 보고 기절한 적도 있는 걸!

그런 피를 매일 마셔야 살 수 있는 삶이라니, 불행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막상 뱀파이어가 되어 보니, 흡혈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제는 피가 비릿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징그럽지 않을 뿐더러... 솔직히 꽤나 달콤하다.

뱀파이어가 된다는 것은, 그런 거더군.

미리부터 뱀파이어 식단을 고민하는 건 영 쓸모없는 것 같애.

당신도 뱀파이어의 취향을 가지게 될 테니.     


다윈의 표. 이미지 출처 -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아기를 낳는 일을 대차대조표를 적어서 모든 정보를 선험적으로 파악한 후에 

최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믿는 그대를 위해 마지막 글을 적는다.

그런 생각은... 


아주 타당하고, 지극히 합리적이다! (짝짝짝)

가장 위대한 과학자 중 한 명인 다윈도 결혼을 주제로 그런 표를 만든 바 있다.

하지만 대차대조표로 장단점을 나열해서 결정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결정하는 자의 정체성에 영향을 주는 결정에는, 결코 해소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내재되어 있다.

그 결정 자체가 당신을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모든 정보를 정확히 수집할 수 있는 시점은 오지 않는다.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던 것이, 중요해질 것이다. 

원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원하지 않게 될 것이다.

마치 뱀파이어가 되는 것처럼.


뱀파이어가 될 것인가? 

미안하지만, 햇빛 세계의 논리로는 답을 구할 수 없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딱히 안타까워 할 일도 아니다. 

정답이라는 개념도 어차피 햇빛 세계의 일부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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