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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렛 서점, 유아 섹션
"... 쟤는 뭐 별로 갖고 싶은 게 없어, 모든 걸 다 사주니까..."
누군가를 향한 핀잔의 소리가 들렸다.
뭐지 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두 돌 갓 지나 보이는 남자아이가
침낭 같은 패딩을 입은 채 토도도도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고
아이의 뒤를 쫓으며 아빠가 잰걸음으로,
그 뒤로 할아버지가 뒷짐을 지고 이 광경이 못마땅한 듯 느리게 따라오신다.
"아이, 그래도 뭐... 왔으니까 저 사고 싶다는 거 하나는 사주죠, 뭐..."
아이의 아빠가 자신의 아버지에게 나지막한 소리로 반박을 해본다.
"지 엄마가 맨~ 이거 저거 넘치게도 사줬더만! 너무 뭐가 많아!"
할아버지께서는 영 마음이 언짢으시다.
아이의 아빠는 자신의 아버지의 불평을
적당히 한 귀로 흘리는 것도 어려운듯 눈치를 본다,
키가 껑충하게 큰 멀쩡한 남자 어른인데도.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반항이자 방어로
못 들은 척 더 이상 대꾸도 않고 아이에게만 말을 건다.
아이는 유아용 학습놀이 책들이 빽빽하게 꽂혀있는 책꽂이 앞에 서서
두 눈을 바삐 굴리며 한참을 고르다
단번에 양손을 들어 과일채소놀이 책을 집어든다.
속이 텅 빈 플라스틱 과일채소모형들에 시선을 고집스럽게 고정하더니
"이거 사고 싶어!"
라고 한다.
아이의 아빠는 핸드폰을 들이대며 아이의 영상을 찍고 있다,
아마도 아이의 엄마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록용으로 찍는 거 같았다.
"야, 이거 얼마 전에 엄마가 사줬잖아."
아빠의 1차 만류에 아이는 타격감 전혀 없이
"이거 사고 싶어!"
다시 한번 힘주어 말했다.
"아니, 엄마가 사준 게 훨씬 좋은 거야.
그게 원목 뭐 어쩌구여서 비싼 거고.
이거는 좀 별로야."
"이거 살 거야! 이거!"
아들도 아버지도 세구나..
기 센 두 사람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아이 아빠가
쨘해보였다.
"휴... 뭐 얼만데 이거? 이거 살 거지? 줘, 계산하고 올게."
바로 링 밖으로 수건을 던져버린다.
그렇게 아빠는 플라스틱 과일채소가 잔뜩 들어있는 책을 들고 터덜터덜 계산대로 갔고
이 상황을 뒤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아이 곁으로 스윽 다가오셨다.
"집에 가면 이거 많이 있는데, 응?
이보다 더 좋은 거 있는데 이거 왜 사냐? 에이그..
그저 맨날 꼭 뭐 하나씩 사는 맛 들려가지고..."
아이는 그런 할아버지의 핀잔을 들은 척도 않고
제 아빠에게 토도도 달려가 계산을 마친 책을 홱 낚아챈다.
그리고는 서점 내 배치된 긴 독서 테이블로 가서 야무지게 의자를 빼더니
낑낑거리며 올라타듯 혼자 앉았다.
"저 그럼 이제 애엄마 좀 데려올게요. 여기 잠깐 계세요, 네?"
아이 엄마에게 전화를 걸며 아빠는 서점을 나갔고
다시 할아버지가 아이 옆으로 오셔서 천천히 의자를 빼고 앉으셨다.
"... 좋으냐? 이게 그렇게 갖고 싶었어?"
"......"
"있는데 또 사고 있는데 또 사고..."
"......"
"... 이거 뭐야?"
할아버지가 아이 손에 쥔 책 속 빨간 모형을 하나 가리키며 물으시자
"토마토!"
냉큼 대답한다.
"이거는?"
"바나나!"
"또! 이건 뭐야?"
"양파!"
"오유, 양파도 알아? 많이 아네?"
아이는 과일채소모형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다음 질문을 기다린다.
그런 손자를 물끄러미 보시던 할아버지의 두 눈이
점점 가늘어지며 둥글게 능선을 그린다,
저 두 눈에 아이를 넣는다 해도 아프다 하지 않으실 듯이.
#사소의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