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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by 최용윤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 훈련 모습


우리는 늘 무언가를 원하며 살아간다. 좋은 직장, 안정적인 수입, 인정받는 자리,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 그런데 가끔 마음 한구석에서 질문이 떠오른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걸까?”


나는 살아오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왔다. 10대 때는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보고 농구라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살던 곳에는 중학교 농구부가 없었고, 선택지는 고등학교 농구부뿐이었다. 어린 몸으로 선배들 틈에 끼어 함께 땀 흘리며 농구 선수로서의 길을 걸었다. 그때 느꼈던 설렘과 긴장감, 경기 전 가슴이 뛰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나는 처음으로 ‘하고 싶은 일을 향해 달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20대가 되자 개인적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모델과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품었다. 하지만 무대는 두려움의 연속이었다. 무대 공포증과 대인기피증을 극복하기 위해 논산 훈련소 조교에 지원했고, 이후 모델 학원비를 벌기 위해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피로와 고단함, 한계 앞에서의 좌절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이 길은 내게 맞지 않는 길이다.”


31살, 나는 다시 대학으로 돌아왔다. 평일 저녁에는 휠체어농구 선수들을 지도했고, 주말에는 유소년 아이들을 가르치며 생활비를 벌었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와중에도, 선수들과 아이들의 눈빛에서 희망과 성장의 기쁨을 보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누군가를 바라보며 함께 호흡하는 순간 속에 있다는 것을 알았다.


32살에는 복지관에 취직해 장애인 체육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내 존재가치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나를 한층 깊게 만들었다. 40대 초반, 안정적인 직장을 떠나 대한민국 휠체어농구 국가대표팀 코치가 되었다. 혼자였다면 걱정이 되어도 불안하지 않았던 선택이었지만,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지금은 불안과 책임이 함께하는 선택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한다.
“앞으로의 미래가 너무 불안하다.”
“나도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데, 그게 잘 되지 않는다.”
“관계 속에서 늘 불안정하다.”


이 마음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고민이지만,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미래가 불안하면 현재에 집중하기 어렵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채워지지 않으면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관계에서의 불안정감은 삶의 균형을 잃게 만든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불안은 신호등의 초록불과 같다. 안전하게 주위를 살피며 걸어가면 된다. 불안은 나쁜 일이 오는 전조가 아니라, 오히려 좋은 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다.”


그 말을 곱씹으며 깨달았다.
결국 이 모든 고민의 뿌리는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안할 때는 남이 원하는 길을 따라가기 쉽고, 인정 욕구가 강할 때는 내 만족보다 타인의 시선이 더 중요해지며, 관계 속에서 흔들릴 때는 내 기준이 아닌 타인의 기준에 휘둘리기 쉽다.


진짜 원하는 것은 생각보다 거창하지 않다. 아침 햇살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순간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과 눈을 맞추며 웃는 짧은 순간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온전히 만족하고 충만함을 느끼는 순간을 찾아내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무엇을 쫓고 있는가?”
“그것이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인가?”


답은 이미 마음속에 있다. 단지 바쁜 일상에 가려 들리지 않았을 뿐이다. 그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경쟁이나 비교가 아니라, 조용히 스스로의 마음을 듣는 용기이다.


돌아보면 나는 늘 내가 원하는 삶을 향해 걸어왔다. 농구 선수로 뛰던 날, 무대 공포를 극복하려 몸부림쳤던 순간, 복지관에서 장애인 체육에 힘쏟던 시절, 그리고 지금 국가대표팀 코치로 서 있는 자리까지.
불안은 늘 존재했지만, 그것은 내게 새로운 길로 들어서라는 신호였다.


이제 나는 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아는 순간, 삶은 다른 속도로 흐르기 시작한다. 더 이상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불필요한 것에 지치지 않는다. 비로소 내 삶의 주인이 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나는 묻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그 질문 속에서 나는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다.
불안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게 하는 신호이다.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끝없는 질문 속에서 스스로에게 길을 묻고, 또 한 걸음씩 걸어가는 순간들 속에 있다.
그 순간들이 모여 삶이 되고, 그 삶 속에서 나는 비로소 자유롭고 온전한 나 자신이 된다.


오늘의 걸음이 불완전하더라도,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만들고 나를 완성해 간다.
그리고 내일도 나는 다시 묻는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뭘까?”


질문이 멈추지 않는 한, 삶은 계속되며, 나는 계속해서 내 길을 걷는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찾고, 그 길 위에서 나는 내가 되어간다.
이것이 바로 내가 찾은, 내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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