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rland (1988)의 논문("A Modeler’s Day in Court")을 읽기 편하시게 윤색했습니다.)
한 모델러가 7가지 죄로 기소를 당해서 지방법정에서 피고로 섰습니다.
판사: 기소를 당하셨습니다. 유죄임을 인정하십니까?
모델러: 저는 왜 제가 기소당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 직업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판사: 7가지 죄로 기소를 당하셨습니다.
– 모델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죄
– 자료의 범위 이상으로 모델을 사용한 죄
– 검증되지 (또는 철저하게 시험되지) 않은 모델을 사용한 죄
– 모델의 어떤 가정 위에서 만들어졌는지를 고려하지 않고 모델을 사용한 죄
– 매우 적은 연구를 바탕으로 충분한 근거를 갖지 못한 채로 모델을 만든 죄
– 이러한 모델들의 결과를 과도하게 확대 해석한 죄, 그리고
– 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여 당신의 지식을 과장해서 동료에게 보여주었고, 그 결과 동료들에게 모델의 모든 결과는 옳다고 믿게 만든 죄.
모델러: 저는 무죄입니다. 제가 사용한 많은 모델은 제가 만든 것도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이 제게 추천을 해 줬고, 전 그것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모릅니다. 연구자들이 이 모델들을 발표하기 전이 다 검증을 했어야 하니, 이건 그들의 잘못입니다. 그리고 제 기관에서는 모델을 사용하라는 정책이 있습니다. 그러니 이건 제 기관의 윗분들의 잘못을 물으셔야 합니다. 전 윗분들이 시켜서 한 것뿐입니다. 저는 그냥 이 모델들은 사용한 것뿐입니다. 게다가 제 상사들은 제가 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도 주질 않았고요. 저는 제게 주어진 정보 중 가장 좋은 정보를 사용했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의 자문도 구했고요. 저는 그냥 제 기관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과 똑같이 일을 했을 뿐이라고요.
판사: 그러한 이유들은 무죄를 주장하기에 충분치 않습니다. 당신의 유죄를 증명할 증거가 충분합니다. 이러한 모델에서 나온 결론은 수십만 헥타르의 토지에 이미 적용하여 많은 돈을 사용하였을 뿐 아니라, 이러한 결정이 목표하는 자원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신은 이 모델이 실제 상황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검토도 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밖에 나가서 땀 흘리고 노력하는 대신, 당신은 컴퓨터 앞에 하루종일 앉아서 당신의 상관과 동료들이 놀랄만한 보고서, 통계값들, 그리고 그래프를 만들어 내는데만 열중했습니다. 이러한 수상쩍은 모델에 수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이는 당신과 당신의 기관이 실재 현장의 상황을 이러한 결정들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불량한 모델들을 잘못 사용함으로 말미암아, 더 좋은 모델들이 개발되는 것을 막았습니다.
모델러: 아무도 저에게 제가 잘못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저도 의문사항도 있었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 제 직무를 수행해야 했다고요.
여러분의 생각에는 이 모델러는 무죄인가요? 아니면 유죄인가요?
지금으로부터 꽤 오래 전의 얘기긴 하지만 학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모델러가 자신이 만든 생태모델을 미국의 국회에서 시연할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모델은 공간적인 결과와 시간적인 결과를 보여주는 모델이어서, 앞으로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미국의 식생이 어떻게 바뀌고 또 이는 산불을 포함한 다른 자연재해가 어떤 식으로 바뀔지를 잘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예상하시는 바와 같이 기후변화의 시나리오 상에서 많은 자연재해가 있었고, 특히 강도가 높은 산불이 몇 개 주에서 더 많은 빈도로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 모델의 시연을 보고 난 후, 한 국회의원이 일어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결과 매우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학적 노력의 결과로 우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모델이 예측하는 장소와 시간에 소방관을 미리 보내서 이 산불들을 끄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모델의 경향성과 확률값을 정확한 예측으로 이해해 버린 국회의원의 무지가 드러난 순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델을 정확하게 이해하거나 모델의 결과치를 정확하게 해석하고 있을까요? 제 경험으로는 매우 극소수의 사람에 불과합니다.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일반적인 모델의 사용과 일반 대중이 모델을 바라보는 관점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에는 많은 모델이 있지만 모든 모델은 어쩔 수 없이 어느 정도는 경험적인 관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적인 관계는 환경에 따라서 바뀝니다. 다시 말해서 미국에서 개발되었고 실제와 비슷한 결과를 제시하는 모델이라도 한국에서는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결과를 나타낼 수도 있고, 과거에 정화한 결과를 보여주었던 모델이 현재에는 엉뚱한 결과값만을 생산하는 쓸모없는 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펀드투자를 하시는 분이라면 이렇게 설명을 드리면 이해가 쉬우실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였던 펀드라고 해도, 그것이 앞으로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과거의 한 시점에서 높은 수익률은 내던 펀드가 그 후에 낮은 수익률을 내는 경우는 '투자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 펀드를 운영했던 매니저가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앞으로 높은 수익률을 낼 확률이 높겠죠. 이것을 모델의 경우는 시스템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느냐, 모델의 구조가 어떻게 되느냐의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튼튼한 구조를 가졌다면 더 다양한 곳에서 오랫동안 사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모델은 미래 예측을 위해서만 주로 사용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모델의 주된 목적은 우리가 발견해 내거나 생각하고 있는 메커니즘이 정확한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주된 목적입니다. 우리가 만약 주된 메커니즘을 찾아내고 이해한다면 어떤 시스템에 대해서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깐요. 물론 이러한 모델들이 사단을 일으키는 수도 있습니다. 약 15년쯤 전에 저명한 저널에서 미 북동부의 오래된 숲이 탄소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배출하는 것이라는 모델 결과를 내어서 학계가 아주 씨끄러웠던적이 있었습니다. 실제와 다른 결과를 낸 논문을 출간해서 대중을 호도했다는 것이 그 주된 이유였고, 그 모델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고 어떤 '가정'이 틀렸는지에 대한 많은 반박글이 게재되었죠. 맞습니다. 모든 모델은 가정이라는 모델러가 받아들여진 '사실'에 기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 가정이 잘못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델러는 자신의 모델이 코요테의 몸무게를 200kg이라고 예측한다면, 그대로 코요테의 몸무게가 200kg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델의 가정과 그리고 현재까지 가지고 있던 지식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찾아내고 수정하는 일을 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러한 면에서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모델의 결과를 소개하는 많은 기사나 글들이 모델의 가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걱정되는 바입니다.
모두들 "나비효과"라는 말에 대해서는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이는 기상학자였던 로렌조 박사가 1972년에 학회에서 한 말에서 나온 이름입니다. 로렌조 박사는 기상모델을 연구하면서 자신의 자료를 소수섬 세 번째 자리로 반올림을 하여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모델이 자신의 생각과는 완전히 다른 결괏값을 나타내는 것을 발견하고 영향을 주지 않을 것 같은 매우 작은 변화가 실제로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학회에서 자신의 연구내용을 발표할 때, "브라질 숲에서의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허리케인을 불러올 수 있다"라고 발표를 했기 때문에, 이를 후에 "나비효과"라고 이름 붙여진 것입니다.(물론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카오스와 증폭효과를 한마디로 나타내기 위한 표현입니다.) 여기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때로는 모델은 아주 적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모델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큰 오차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모델값의 해석에 많은 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논문을 비롯한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위의 기소된 모델러와 같은 죄를 짓고 있는 많은 모델러들을 보게 됩니다. 점점 고도화되고 컴퓨터를 이용한 다양한 데이터가 나오는 현대에서, 학자들의 양심과 정확한 정보를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진 저널리즘이 더욱더 중요해지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