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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훔치지 않았어요.


초등학생 시절 나는 장난기가 많았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려고


선생님이 수업시간 도중 질문을 하면 


답을 알면서도 엉뚱한 대답을 하곤 했다.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잘하는 편이라 친구들과도 곧잘 어울렸다.


그런 내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다.




초등학생 5학년 때 전학을 갔다.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을 갔고


한 학년에 25명 남짓한 작은 학교에서 한 학년에 320명 정도의 학교에 갔다.


학교가 굉장히 커졌고 학생 수도 많아 기가 죽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도 장난을 쳤다.


당시 이마트가 내가 사는 지역에 생길 때여서 나는 장난으로


"우리 아빠는 이마트 사장이야."라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친구들은 나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중간놀이 시간과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내가 잘하는 축구를 친구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열심히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전 학교에서 내 실력은 손에 꼽힐정도였지만


여기에서는 중상 정도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가 죽을 수도 있었지만 나는 기죽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했다.


체육시간에 체육관으로 피구를 하러 갈 때


나는 피구공을 들고 친구들에게 빨리 가자고 했다.


그러자 한 친구가 "전학 온 애가 왜 이렇게 나대?"라고 했다.


나는 멋쩍은 듯 웃으며 피구공을 그 친구에게 건네주었다.


전 학교에서는 반장도 하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고


친구들을 이끌기도 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작아지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는 방과 학원을 다녔다. 


내가 다닌 학원에 성격이 다소 드세고 허세가 있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수업 후 쉬는 시간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슈퍼에서 과자를 몇 번 훔쳤는데 안 걸렸어."


"근처 문방구에서 탑블레이드(팽이 장난감) 훔쳐도 안 걸릴 수 있어."


수업이 끝난 후 그 친구는 이를 보여주겠다며 


나를 포함한 2명을 데리고 문방구로 갔다.


그 친구는 문방구 진열대를 몇바퀴 돌더니


탑블레이드를 하나 움켜쥐어 옷 속에 넣었다.


그리곤 조용히 문방구를 나와 학원 1층 엘리베이터로 뛰기 시작했다.


2명의 친구와 나도 문방구를 나와 학원 1층 엘레베이터로 뛰었다.


학원 1층 엘리베이터에 도착하자 그 친구는 자랑스럽게 탑블레이드를 보여주었다.


"봤지?"


그 순간 문방구 사장님이 우리 뒤에서 나타났다.


"너희들 지금 뭐 하는 거야!"


탑블레이드를 훔친 것을 본 사장님이 뛰어온 것이다.


사장님은 우리가 어디 학원 다니는지를 물었고


너희들은 용서할 수 없다며 훔친 친구와 나를 포함한 친구 2명을


데리고 학원으로 올라갔다.


학원 선생님은 문방구 사장님에게 죄송하다고 하며


나와 친구들 부모님에게 연락했다.


학원 차를 타고 집에 돌아가는 데 나는 굉장히 억울했다.


내가 훔친 것도 아닌데 같이 있었단 이유로 도둑이 된 마음에 속상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는 나를 향해 큰 소리를 쳤다.


네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나를 크게 혼내셨다.


나는 억울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세상이 내 편이 아닌 것 같았다.


내가 훔치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머니는 내 말을 믿어주지 않고 계속해서 나를 혼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버지가 그럼 사실 확인을 해보자며


나를 차에 태워 문방구로 향했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아버지가 내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말하면 용서해 줄게. 정말 안 훔쳤어?"


나는 훔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아버지와 문방구에 가서 사장님을 만났다.


"이 아이가 장난감을 훔쳤나요?"


사장님은 말했다.


"이 아이가 안 훔쳤어요."


나는 그 말을 듣고 더 눈물을 흘렸다.


나를 믿어주지 않았던 부모님이 너무나도 미웠다.




이 사건 이후 나의 성격은 바뀌었다.


장난기도 줄어들었고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해졌다.


신뢰를 받기 위해 나는 그 이후에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정직하게 살기 위해 노력했다.


내게 '신뢰'는 삶에 있어 가장 큰 부분이었고


상대방이 나를 믿어주지 않으면 크게 실망했다.


20살에 대학에 가서 술 마시고 취하면


친구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했다.


"OO야, 나 믿지?"


내가 자라오면서 마음속 한편에 상대방에게 믿음을 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나 보다 생각했다.


남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고


좋은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그리고 신뢰받고 싶었다.


어린 시절 도둑으로 몰렸던 트라우마로 인해


신뢰는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나는 부모님에게, 선생님에게,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아직까지 이렇게 외치고 있는지 모르겠다.


"제가 훔치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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