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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 Jun 15. 2022

가짜 안부

편리한 시대가 되었다. SNS로 연결된 우리는 상대가 올리는 피드를 통해 안부를 쉽게 알게 된다. 더 가볍게는 스토리로 공유된 누군가의 점심 식사 메뉴, 여행 코스까지 훤히 들여다보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연락처를 찾아 전화를 걸지 않아도 마치 서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관계가 된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댓글을 달지 않았어도 나는 조용히 지켜보며 누군가를 엿볼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을 노출시키고 알려주는, 과도하게 연결된, 결국 만연한 노출이 오가는 SNS는 우리의 관계에 더 어색함을 가져다주는 것만 같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기에 SNS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습도 다르다. 하지만 결국 관계성이 있는 사이에서는 소극적으로 타인의 세계를 지켜보거나, 적극적으로 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나누는 그 둘 중과 그 사이의 모습일 것이다.


상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말 아는 것은 아니다. 안부를 전해 들은 것 같지만 사실 진짜 알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SNS를 통해 알게 되는, 카톡 프로필 사진을 통해 알게 되는 근황은 마치 내가 다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상대가 내게 이미 안부를 전한 것만 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렇게 알았다고 착각하게 되기에 궁금해하지 않게 되고, 목소리를 나누거나 얼굴을 마주 보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고 여기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오늘 아침 인플루언서가 먹은 시리얼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어디서 살 수 있는지는 알아도 정작 엄마가 점심은 잘 챙겨 먹었는지는 모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더 안부를 묻고 마음이 닿도록 해야 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우리는 정말로 소중한 이들의 안부를 알고 있는가? 진심으로 상대의 안부를 물은 적이 있는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팔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다. 일반인일지라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신의 얼굴, 자신의 능력, 자신의 스토리를 노출시키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제한 없이 누구든지 자기 자신을 활용해 돈을 벌고, 얼굴이 알려지고 유명해지기 원한다. 이런 시대에 나는 어떻게 나 자신을 지키며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까? 돈을 버는 방식, 관계를 맺고 안부를 묻는 방식마저 변화하고 있는 이때가 나는 조금 두렵다. 가끔씩은 징그럽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어쩐지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낀다.


몸이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가짜 안부는 그 힘을 발휘한다.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그래 잘 살고 있구나 여기고 직접 안부를 묻는 일은 줄어든다. 나도 그렇다. 우리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SNS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소통했었나?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고, 직접 만났다. 더 번거롭게 더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안부를 물어야 그 사람을 알 수 있었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이렇게나 편리하고 스마트한 시대가 되었음에도 아날로그 냄새가 나는 사람이고 싶다. 먼저 연락해 안부를 묻는 사람이고 싶다. 아직은 카톡이 더 편하지만, 무심히 전화를 걸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자연스러운 사람이고 싶다. 진짜 안부를 묻는 사람이고 싶다.



최근 2주간 인스타그램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알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흡수하지 않고 숨 쉬게 되니 정말 자유하다. 혹여나 내가 놓치게 될 누군가의 안부는 내가 정말 궁금할 때 직접 연락하고 물으면 된다. SNS는 우리의 거리를 좁혀주기도 했지만, 반대로 더 멀리 떨어뜨려도 괜찮은 듯이 만들어줬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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