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그때보다 변한 것이 있다면
한 해를 다 보내고 마무리하는 12월은 괜히 부담스러웠다. 끝과 시작이 교차하는 시즌인 만큼 감사와 아쉬움이 뒤섞여 밀려오고 너무 많은 마음이 쏟아지는 때인지라 그랬을까. 게다가, 점점 추워지고 몸이 얼어붙는 차가운 날씨는 더욱 반갑지 않았고, 이번에도 역시나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구나 싶었다.
그랬는데 왜일까. 겨울 좋잖아? 12월 좋잖아! 어째서인지 올해는 12월에 들어서자마자 엄마가 오랜만에 끓인 뜨끈한 둥굴레차의 구수한 냄새마저 겨울처럼 포근하게 느껴지고 좋았다. 순수하고 유치한 겨울 노래도 참 듣기 좋고.
우리 그때보다 변한 것이 있다면
좀 더 커져버린 사랑일 거야
모두가 느낌적으로 알고 있는 바로 그 겨울 느낌의 멜로디가 담겨있는 한 노래의 가사다. 도입부 가사는 익숙하지 않아도 곡이 시작되는 전주부터 유치한 박자에 저절로 리듬을 타게 되고 금방이라도 하얀 눈이 내릴 것 같은 그런 노래. 핑클의 <White>. 우연히 겨울날 듣게 된 이 가사가 참 순수하고 예쁘다. 한 해를 보내주면서 만약 우리가 예전 그때와 다르게 변한 것이 있다면 한 살 더 먹는 나이, 늘어나는 걱정거리, 지나간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가 아니라 그저 더욱 커진 사랑일 것이라니!
내 안의 사랑의 터가 굳어져 단단해진다면 그 어떤 폭풍에도 쉽게 흔들리거나 쓰러지지 않을 텐데. 내게 사랑은 어디서부터 흘러들어와 또 어딜 향해 흘러가고 있을까.
오로지 나, 나, 나만을 사랑하지 않고 진짜 사랑을 따라 걸음을 이어가 보자. 시간의 묵직함이 무색하도록 해가 바뀌고 계절이 변하며, 20대를 지나 이렇게 30대를 맞이하더라도. 그저 내 안에 사랑만이 날마다 커질 수 있다면 좋겠다. 다가오는 내년은 부디 이 유치한 노래 가사처럼 그저 우리 안에 사랑만이 한 뼘 더 커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