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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영희 May 07. 2024

비행기는 어느 자리가 좋은가?

이번 비행기는 왕복 모두 에티하드 항공이다.  나는 비행기표 살 줄도 몰라서 큰애가 다 알아서 해줬다. 에티하드 항공은 아랍에미리트의 국영 항공사라고 한다. 타보니, 금색이 많아서 그런지 대한항공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였다. 음식도 아주 맛있었고 양도 충분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뉴질랜드에 갔던 10여 년 전과 비교한 것이기는 하다.     


큰애가 추천한 좌석은 맨 끝자리 복도 쪽이다. 바로 뒤에는 화장실이 있고 그 뒤에는 스튜어디스들이 음식을 준비하는 공간이 있다. 큰애가 이 자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한 줄에 좌석이 두 개이기 때문이다. 타고 보니, 창가 쪽 좌석 바로 옆에 주저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 있어서 창가 쪽이 더 좋아 보였다. 비행기 끝이 좁아져서 좌석을 세 개 놓기는 어렵고 두 개 놓으니 약간 공간이 남은 것이다. 


내 여행 소식을 알고 C가 전화해서 이것저것 묻기에 이 자리를 예약했다고 하니, 그곳은 사람들 왕래가 많아서 불편하다고 변경하라고 강하게 말린다. 그러나 이미 예약해서 바꾸려면 비용이 들고, 큰애가 비행기 탄 이력은 웬만한 사람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이니, 이 자리를 권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사람들 왕래가 더 불편한가, 앞이라도 좌석 세 개짜리 줄이 더 불편한가는 개인 성격에 따라 달라지는 너무나 주관적인 평가라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그래도 장시간 여행에 좌석 문제는 사소한 문제가 아니라 큰애와 의논하니, 큰애는 결사반대한다. 결국 원안대로 진행했다.      


맨 끝자리에 타보니, 사람들 왕래는 신경이 안 쓰이는데, 음식을 맨 나중에 받게 되어 원하는 메뉴를 못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은, 치킨 요리를 선택했으나, 내 옆에서 끝났다. 어쩔 수 없이 스튜어디스가 추천해 준 생선 요리를 먹었는데, 생선이 너무 맛있어서 내가 선택할 수 없었다는 그 불편함이 바로 사라졌다.  오히려 새로운 메뉴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잘된 셈이다. 스튜어디스가 생선 요리가 맛있었는지 따로 물어봐주기도 했다. 나는 아주 맛있었다며 웃어주었다. 그때는 당황해서 한 단어로 말했는데, 내가 아는 영어 단어를 총동원해서 좀더 다양한 표현으로 대답해줄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맨 꼴찌로 음식을 받아서 진짜 불편한 점이 있기는 했는데,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만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앞자리는 뒷자리보다 가격이 비싸다. 어차피 음식을 맨 나중에 받아도 따뜻한 상태이기는 해서, 가격을 선택하기로 했다. 결론은, 다음에 다시 비행기를 탄다면, 맨 끝의 창가 쪽을 선택할 것이다. 창가 쪽이 독서 등을 켰을 때 옆 사람을 덜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좋다.      


한 줄에 좌석이 두 개만 있는 맨 뒷자리, 창가 쪽에 여유 공간이 있다.


이렇게 좌석 이슈는 마무리되었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 비행기가 에티하드 항공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영어로만 되어 있고, 한국어 안내 방송도 인천에서 아부다비 갈 때까지만 있었다. 안내 방송은 잘 못 알아 들어도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닌데, 영화에 한글 자막이 없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였다. 뉴질랜드 다녀올 때는 왕복 대한항공을 이용해서 좋은 영화를 많이 봤는데, 이번에는 하나도 볼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가져간『헝거 게임』만 일찌감치 다 읽어 버렸다. 귀국 길에서는 너무나 쿨쿨 잘 자는 바람에 『내 속엔 미생물이 너무도 많아』는 펴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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