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프라우냐? 마터호른이냐?

by 유영희

여행지 검색을 왜 안 했는가로 시작해서 트램 이야기에서 이념 논쟁으로 비화하여 눈물 바람까지 불고 나서, 본격적으로 ‘왜 여행을 하는가?’, ‘여행 가는 사람을 보면 왜 부러운가?’ 하는 이야기로 화제가 넘어갔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결말은 이 여행기를 마무리할 때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체어마트에서 눈에 띈 것은, 전기 택시 말고 몇 가지가 더 있었다. 하나는 그 조그만 마을에 책방이 두 개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책만 파는 것은 아니고, 우리나라 대형 서점처럼 엽서나 문구들도 곁들여 팔았다. 그러나 메인은 어디까지나 책이었다. 책은 모두 독일어로 되어 있어서 구경만 했는데, 얼핏 보기에도 진지한 책도 많았고, 무엇보다 책 편집과 장정이 매우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다. 책값까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아마도 스위스 현지인들 같은데, 남자건 여자건 사람들이 너무나 날씬하다는 것이다. 스키복 차림을 한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냥 평상복을 입은 사람들도 모두 날씬했다. 나는 언제나 과체중 아니면 비만인 상태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저절로 사람들 몸이 잘 보이는 편이기는 하다. 그래도 한번 그걸 의식하게 되니, 더 잘 보였다. 그들은 그냥 날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마치 영화의 주인공들처럼 옷맵시도 좋았다. 옷들도 꽤나 값나가 보였는데 그래서 더 맵시가 좋은가 보다. 스키복을 비롯해서 장비를 빌리는 것만도 엄청 비싸다는데, 이렇게 돈 많이 드는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라면 최소 중산층 이상일 것이니 몸 관리도 잘하고 옷도 잘 입을 것이다.


마을을 한 바퀴 돌고 해가 떨어지기 전에 숙소에 돌아왔다. 그런데 비지스를 비롯하여 존 트라볼타 같은 7, 80년대 가수의 댄스 음악이 들린다. 밖을 내다보니 바로 옆 음식점 바깥에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서 캔 맥주 같은 술 하나씩 들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다. 격렬한 춤은 아니고 그저 가볍게 흔들흔들 움직이는 정도다. 그런데 나이들이 젊다. 아무리 많이 잡아도 40 넘은 사람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왜 저들은 저 옛날 노래를 틀고 놀까? 스위스 시계는 더디 가나? 기이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를 놀더니 갑자기 음악 소리가 그치고 그들은 사라졌다. 스위스는 해가 늦게 져서 서머타임도 있을 정도로 해가 길어 아직 대낮 같은데, 대단히 신기한 광경이었다.


그렇게 체어마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마터호른을 잘 볼 수 있는 수내가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숙소에서도 마터호른이 잘 보였다. 큰애가 마터호른을 가리키며 감탄을 한다. 그래도 별 감흥은 더 없었다. 작은애가 작년에 스위스에 왔다가 마터호른을 잘 보기 위해 비싼 숙소를 잡았는데 날씨가 나빠 산은 제대로 못 봐서 돈만 날렸다는 이야기를 해도 왜 저걸 보고 싶어 하는지 이해도 안 되고,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빈말을 못하는 내 성격에 그런 시큰둥한 태도를 큰애는 눈치챘을 것이고, 그래서 큰애가 내게 서운해했는지도 모르겠다.


수내가도 산악 열차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수내가에 간 것은 마터호른을 잘 보기 위한 것은 아니고, 사실은 수내가에 있는 호수를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호수가 보이지 않는다. 안내소 직원에게 물으니, 호수는 한여름에만 드러나고 다른 계절에는 눈에 덮여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 덕분에 마터호른을 실컷 볼 수 있게 되었다. 결론은, 장관 그 자체였다. 마을에서 보는 마터호른과 수내가에서 보는 마터호른은 너무나 달랐다. 융프라우와 마터호른 둘 중에 한 곳을 고르라고 하면, 망설임 없이 마터호른을 선택할 것이다. 이 얘기를 했더니, 큰애가 말한다. 엄마는 순수 자연파구나.



KakaoTalk_20240416_000140165_05.jpg 숙소에서 본 마터호른과 여흥을 즐기는 관광객들


KakaoTalk_20240416_000400362_15.jpg 수내가에 올라 바라본 마터호른, 아래 도로는 도로가 아니고 스키 코스다. 서너 살짜리 아기들도 잘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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