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꾸준히'하는 것을 참 잘한다. 반응이 없어도 혼자서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혹은 지칠 때까지 꾸준히 해낸다. 내가 그 일에 약간의 흥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면, 주변에서 말려도 해내는 편이다. 어려서부터 그랬던 것 같다.
나는 스스로 다양한 지식을 얕게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는 단점이라고만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처럼 한 가지 일을 오래 하지도 못하고, 금세 질려서 끈기 없이 다른 일을 찾았으니까.
근데 언제부터였을까. 주변에서
대단하다, 용기 있다, 능력 있다, 멋있다
라는 말을 하더라. 사실 빈말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았다.
난 이렇게 끈기도 없고, 남들보다 잘하는 것도 없고,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왜 이런 하찮은 나한테 열심히 산다, 멋지다, 능력 있다고 말해주는 걸까?
이전에 블로그 이웃님의 글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이 글을 읽고 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타이탄의 도구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하나, 나는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아닌 특수 제2외국어가 가능하다. 희소성이 있는 언어다. 지금은 많이 까먹긴 했지만 전공이었고,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아직 읽고 쓸 줄 알고, 기초회화는 가능하다. 아예 할 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언어이기 때문에 무조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는 와중에도 계속 이 언어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둘, 남들보다 호기심이 조금 많다. 내가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끼는 일이라면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편이다. 다만,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좀 게으른 편이다. 이것도, 저것도 다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하고잡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꽂히면 잠을 줄여서라도 해낸다. 대학원 졸업 할 때 졸업 논문이 그랬고, 국비 학원을 다닐 때도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밤을 새운 적도 있다. 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졸업을 절대 연기하고 싶지 않았고 칼 졸업이 하고 싶었다. 학원의 과제는 하지 않아도 크게 타격이 없지만 '잘' 해내고 싶었다.
영상 편집과 디자인을 배우고, 열심히 한 결과로 영상 편집 외주도 받았다. 80만이 넘는 유튜버의 상세페이지 작업과 영상 편집도 해냈다.
실력에 비해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근데, 왜 다른 디자이너들과 영상편집자가 많은데
저한테 그 운이, 기회가 찾아왔을까요?
일전에 국비 학원을 다니고 있던 시절에 어떤 분의 축구 동호회 로고를 만들어 드린 적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그 시절에 블로그를 통해 혹시 외주도 받으시냐는 그분이 너무 감사해서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작업해 드렸다.
블로그에 홍보를 한 것도 아니었고, 내 작업물을 올린 것도 아니었다. 주문을 해달라고 한 적도 없었다. 외주 업체를 찾고 있던 그분의 간절함이 나에게 닿았던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