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쉴 수 있는 용기

by For reira

문득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되는 그런 날이 있다. 직장인들은 눈을 떠서 출근을 하고 퇴근 후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을 만난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자고 같은 하루를 반복한다. 학생들은 출근 대신 등교를 하고 일 대신을 공부를 하며, 그 외에 많은 사람들이 각자 매일 똑같은 패턴의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돌아보면 항상 똑같은 것 같은 하루하루.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하루를 돌아보면서 ' 나는 오늘 하루도 한 게 아무것도 없구나'라는 자조적인 한숨을 내쉴 것이다.

하루하루 전부 따져 봤을 때 똑같은 하루라는 것이 있을 수 있을까.

매일매일 같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나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마음을 갖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매 순간순간 반응하기 위해서, 사실 나는 계속 무언가를 노력하고 있다. 다만 그 노력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사실 이 노력은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오래된 연인, 오래된 친구관계, 그리고 늘 보고 지내는 가족 간에도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이 없고 , 따라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의식하지 못할 뿐 나는 틈틈이 상대를 보고, 어떤지 파악하고 그에 맞춰서 대응을 하고 있다. 상대가 인사를 하면 나도 인사를 하고, 상대가 오늘은 좀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으면 기분을 더 나쁘게 하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작게 작게, 알게 모르게 나는 계속 무엇인가를 노력하고 있는 거다.


나는 지쳐 있거나, 우울해하는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하루에 너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가진 에너지를 전부 소모하고, 충전할 시간이 없이 또다시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에 자꾸 지치고 힘이 든다. 그러나 사실 늘 하고 있었던 일이므로 스스로를 돌아봤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지쳤어'라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은 또다시 '내가 뭔가를 해야만 해'라는 마음을 갖게 만들고, 지친 상태에서 또다시 노력을 해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그리고 눈에 띄는 뭔가를 하지 못했을 때, 또다시 자책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원망하게 되는 거다.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면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싶어 지는 극심한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


나도 꽤나 지쳐있고 우울해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일과 변화된 생활과 떨어져 지내고 있는 가족들 사이에서 뭔가 내가 계속 제대로 중심을 잡고 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느꼈었다. 그러나 일에 치이고, 개인 생활에 치이고, 나에게 무언가를 바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도 내가 원하는 만큼 베풀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면서 점점 날카로워졌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별것 아닌 일에도 날카롭고, 늘 짜증 섞인 채 빠르게 말을 하며, 매사 논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나의 변화는 스스로 느끼지 못했고, 주변에서도 쉽게 말해주지 못했다. 나는 다만 내가 무언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화가 나있었고, 그런 나를 몰라주는 주변에 화가 나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아무것도 몰랐다. 정말 그냥 답답하고 막막했었다.

그때의 나는 늘 이렇게 생각했다.


- 나는 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거지?

- 나는 왜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을까.

-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많은 문제가 있는데, 나는 도대체 왜 이렇게 무능력하게 하루를 보낼까.

- 쉬고 싶다. 그렇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나는 별것도 아닌 - 심지어는 이유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에 너무 화가 났고, 핸드폰을 집어던지며 소리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처음으로 내가 이상하다 라고 느꼈다.

내가 알던 내가 아닌 모습. 무섭고 낯선 느낌에 무작정 심리센터로 향했다.

당일 예약이 되는 곳을 찾아 한 시간 동안 횡설 수설 떠들어 대던 나를 다독이던 상담사는 조금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상담 때에 다시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일주일 뒤 두 번째 상담을 잡고 돌아서면서도 내 머리는 계속 복잡했다. 나는 이미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른 채 하루가 가고 있는 느낌.

결국 하루 지나 다시 상담을 급하게 잡고 달려간 나에게 상담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도대체 뭐가 이리 급하셨어요? 생각을 정리할 시간도 없이 오시면 상담 내용이 달라지지 않아요. '

' 제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계속 생각해 봤는데 정말 모르겠는데 알려주세요'


절박하게 말하는 나에게 상담사가 해준 한마디가 나의 머리를 울렸다.


'아무것도 안 하시면 돼요.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하셔야 돼요. 모르면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아요.'

순간 안도감과 평화로움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 쉬게 내버려 두지 않았었다. 그리고 내가 하고 있는 많은 부분 보다, 하지 않은 부분만을 보며 나를 깎아 내리고 있었던 거다.

돌아서서 나오면서 문득문득 해야 할 일이 생각날 때 '아냐 지금은 아무것도 안 해도 돼.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이후부터 나는 눈에 띄게 여유로워졌다.


지금 너무 우울해하거나, 지쳐있거나, 지나치게 히스테릭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는 이미 너무 많은 부분을 해왔어. 잠깐 내려놓고 정말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는 것에도 꽤나 용기가 필요하다. 틈틈이 머릿속에 해야 할 일이 떠오르고, 하지 않았을 때의 후폭풍이 생각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지칠 때까지 노력해 온 사람은 생각을 툭 털어버리고 쉴 수 있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생각이 떠오르면 스스로에게 말하자.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렇게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질 때까지 스스로를 내버려두면서 회복을 하자. 그게 하루든 이틀이든 일주일이든 한 달이든 괜찮다. 얼마의 시간이 걸리든지 내가 다시 하고 싶어 지는 마음이 들 때까지 나를 쉬게 내버려 두자. 그 시간은 나를 도태시키는 시간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자, 쉴 수 있는 용기니까 걱정할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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