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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네 Dec 18. 2023

똑똑! 처음 만난 오늘, 오스트리아 아터호

아이와 공용시설 있는 숙소에서 숙박하기(에어#앤비)

 

'똑똑! 똑똑!'


"엄마, 나, 불안해서 응가를 못 누겠어."

"아, 아휴. 그래. 하루 못 눠도 괜찮아."


 아들과 함께 숙소 공용 화장실에 들어가 그를 기다린다. 아무래도 매일 저녁 화장실에 가는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쓴다는 공용시설이 꽤 불편한가보다. 공용 욕실의 문을 꼭 잠그었냐며 연신 걱정이다.

 결국 그는 화장실 일은 성공하지 못했고 나는 그를 씻겨 우리 방에 돌아왔다. 그는 방에 들어와 이 집이 이제껏 모든 여행 중에 최악이라며, 투덜거린다.

 똑똑! 복도에서 누군가가 공용 화장실 문을 다시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게 그는 너무 불편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래, 아들아. 너는 커서  많이 벌어야겠다."   

 "아하하"





2023년 6월 24일

 체코에서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체코 비넷이 포함되어 있던 렌터카가 오스트리아의 국경을 넘었으니 오스트리아 비넷*을 새로 구매해야 하는데, 한없이 달려도 끝없는 자연만이 있었다. 우리가 국경을 넘었다는 사실도 로밍한 휴대폰의 알림으로 알 수 있었으니, 내가 자동차로 유럽의 한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이렇게 쉽게 넘어 다닌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다.

 오스트리아에서 첫 번째 목적지는 '아터호'가 있는 마을이었다. 코로나19가 끝나고 온 세상 사람들이 유럽에 오는 탓인지 관광지가 근처인 도심은 숙박비가 상당했다. 렌터카를 사용하고 있으니 남편은 관광지에서 벗어난 곳에 숙박을 잡았다. 유월의 긴 해 덕분에 우리는 국경을 넘고, 해질 무렵의 '아터호'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지고 나서야 밤이 찾아왔다.


 유명한 '할슈타트'를 가기 위한 중간 정착지로 삼은 공간이었건만, 렌터카 방향을 돌려 '아터호'에 더 머물고 싶었다. 아이의 맑은 웃음과 청록색의 호수, 그 푸른 잔디밭에 저 마다 누워 햇볕을 쬐고, 다시 호수를 유영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클로드 모네의 '생타드레스의 테라스*'의 한 부분 같았다.

 잔디 위에 우아하게 누운 그들 옆에서 나는, 호숫가에서 너무 신난다며 뛰다가 미끄러져 벌러덩 넘어지곤 '와앙' 소리를 내며 우는 아들의 젖은 신발과 옷을 갈아입히는데 바빴지만, 그 모습도 추억이라며 사진 찍을 여유도 있었던 것을 보면 '아터호'의 아름다움은 내게 꽤나 낭만적이었나 보다.


 아들은 시원하게 화장실 볼 일을 성공하지 못했지만, 깨끗이 목욕을 하곤 따뜻한 내복으로 갈아입었다. 그가 이 숙소가 별로라며 투덜거리던 그 순간의 감정도 잠깐이었는지 그는 금세 이부자리에 누워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익숙한 듯, 캐리어에 곱게 싸 온 휴대용 밥솥에 쌀을 씻어 넣어 밥을 짓고 이스탄불에서 싸 온 밑반찬을 꺼내 저녁을 먹었다. 그리곤 그는 침대 위 스탠드를 켠다. 그는 꽤나 편안해 보인다.

 

 그렇게 그 밤, 그는 연필을 잡아 오늘을 그린다. 그리고 그의 긴 하루 중 가장 좋았던 그것을 골라 그의 생애 오늘, 처음 만난 오스트리아를 그린다.


 아들은 푸른 들판에 서 있던 그때의 그 트랙터가 가장 좋았나 보다. 아들의 그림 속 농부는 흐뭇하게 웃고 있다. 제일 별로라던 그 감정도 어느새 모두 잊어버린 듯하다.

 우리 모두가 가장 별로라고 말했던 그날의 그 순간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잊어버리고 가장 좋았던 그 순간만을 기억하는 것처럼, 아주 잠시 그 불편한 감정은 그에게 머물었다가 다시 포근하게 내 곁에 안겨 잠이 들었다.


 어느새 아침이다.

 똑똑! 그래, 다시 오늘,

우리 이제 오늘 오스트리아를 맞이하러 가자.






*오스트리아 비넷은 도로 근처 주유소 내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비넷 없이 이동하다 적발되면 벌금이 있으니 국경 이동 시, 꼭 주의하세요.


*생타드레스의 테라스, 클로드 모네, 1867년.


*이번 여행의 첫 번째 숙소, 남편은 잠만 자고 가는 곳이라며 아들과의 유럽 여행 중, 처음으로 집 전체가 아닌 '공동주택의 방'*을 예약했습니다. 에어#앤비를 통해 예약했으며, 보통 아들과 저의 알레르기 때문에 동물 출입 금지인지를 꼭 확인하며, 슈퍼 호스트가 아닌 집은 예약하지 않습니다. 23년 6월 기준으로 아침 조식 포함하여 오스트리아 '아터호'근처의 에어#앤비 숙소의 방(공용 욕실 사용)을 1박에 약 15만 원을 지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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