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혼자서 떠날 때도 모든 동선마다 모든 계획을 미리 짜두였다. 방학 중에도 학교 방과 후 수업이 있으니 미리 비행기 표를 거의 일 년 전에 사두는 탓도 있었지만, 걱정 많고 모든 변수를 다 체크해야 한다는 꼼꼼한 이 성격 탓도 있었다.
통상 수학여행 전, 수학여행을 실시할 학년의 부장교사는 학기가 시작되기 전 사전답사를 간다.계획 없는 실천은 모든 학사행정에 없기 때문이다. 늘 그에 따른 준비를 했다. 학년이 시작되기 전 통상 사전답사를 떠나고 모든 계약은 미리 완료된다. 교통수단, 이동시간 계산, 숙소, 이동 시간 중 할 일, 도착지의 활동, 안전, 보건과 관련된 사항 등.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여행은 모든 사항이 고려되어야 한다.그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안전'이다.
여행지에 떠나기 전, 나는 마치 수학여행 인솔자처럼 거의 모든 예약을 미리 완료하고,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두었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도 마치 아이들을 데리고 수학여행을 가듯이 늘 계획서가 존재했다. 그렇게 미혼시절에 혼자 떠난 2주간의 호주 여행도 나는 아버지께 여행 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했다.출발 전에 얼마나 들들 볶으시는지. 아하하.
그렇다. 걱정도 유전이다. 아하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몇 번의 아나필락시스를 겪곤, 걱정 많은 나는 해외여행이 두려웠다. 남들이 돌이라며, 생일이라며 산후조리 후, 동남아로 떠날 때 겁 많은 내가 결정한 건 늘 제주도였다. 이 나이를 먹고도 아직 동남아시아를, 패키지여행을 한 번도 가지 않은 건은 비밀 아닌 비밀이다.
코로나 시국, 이곳 이스탄불행이 아들의 첫 번째 국제선 비행이었고 나는 그렇게 '졸보'라 주야장천 아들과 제주만 계획서를 써서 여섯 번을 갔다. 아하하.
아, 아름다운 제주도! 난 어딘가 참으로 좋을 때, 여전히 여기 참 제주도 어디 같다고 자주 말한다. 그럼 지금 남편은 너는 어디 좋은 데를 데려가도 제주도만 찾는다고 말한다.
그런데 진심으로 지금의 나는 푸른빛 한담해변을 따라 걷던 그 제주보다 더 아름다운 건, 아직 내게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제아무리 멋지고 화려한 석상과 건축물도 제주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 앉아 뜨근한 보말칼국수 한 그릇 후루룩 먹는 것. 그것보다는 나은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옆에서 이제 막 돈가스를 처음 먹던 아들의 부산스러움도 돌아보니 참으로 행복했다. 아들을 먹이며 내 밥을 먹으니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순간들이 무수했지만, 그 바다의 모래와 푸른 물결, 바람. 그곳에선 모든 게 충분했다.
그렇게 나는 아이를 낳고, 색다른 구경이나 화려한 볼거리보다자연이 참으로 좋았다.
늘 좋은 것을 볼 때, 입에 붙은 '여기 제주도 ## 같다.'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제 제법 큰 아들과 꼼꼼한 남편과 함께 떠난 여행은 이렇게 남편의 오타 많은 계획서에서 시작된다.
걱정 많은 나는 그에게 계속 묻는다.
"괜찮을까?"
나의 계속된 질문에 남편의 짜증이 슬슬 올라오는 시점, 나는 또 묻는다.
"이 여행, 정말 괜찮을까?"
"아, 괜찮다니까."
가끔 괜찮지 않고 싸우기도 하고, 피곤하다며 일정을 지우고 쓰러져 먹고 자버린 여행, 하지만 돌아보니 참으로 괜찮았던 그 시간, 그 여행의 순간들은 이제 다시 지금, 이곳에서 시작된다.
*본 일정은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서 출발하여 체코 프라하에서 렌터카를 빌려, 체코 체스키크룸로프, 오스트리아, 독일 그리고 다시 체코 프라하로 돌아옵니다. 일단 남편의 오타 많은 계획서 초안은 다음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