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예리한 그것이었다.
그녀는
단번에 상대가 나에게 도움이 될지 손해가 될지를 단번에 아는놀라운 촉이 발달해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어디에서도 절대 입을 떼지 않는다.
그 입은 자신이 뭔가 필요할 때만 연다.
언젠가 동생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서는 당장 소풍 때 사진을 펼쳐 인상착의만으로 가해자를 찾아낸 적도 있었다.
그녀에겐어떤능력이 있는 걸까.
그녀만 알고 있다. 그 능력의원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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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생이 남편과 어려운 일이 있다며 찾아왔다. 그녀는 단번에 알았다. 그동안은 동생의 남편인 제부가 꽤 괜찮은 회사의 영업이사로 있어서 자신에게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었지만, 이제 그가 끈 떨어진 연이라는 걸 직감했다. 동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생은 언니 얼굴에 차마 침을 뱉지는 않았어도 침 비슷한 말을 뱉고 돌아갔다.
넌, 나쁜 년이야. 평생 그렇게 살아봐라. 외롭다고 울긴 왜 울어. 그렇게 사니까 외롭지. 이제 나 찾지 마.
잠시 가슴이 쓰린 것 같았지만 이내 괜찮아졌다.
그녀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은행앱을 켰다. 통장의 잔고를 들여다봤다. 마음이 든든해졌다.
'그깟 동생 좀 못 만나면 어때. 도움도 안되는데. 마음만 먹으면 동네에서도 사람들을 실컷 사귈 수 있는데 동생은 무슨. 조금만 비위 맞추면 다 좋아하는데 왜 내가 널 도와줘야 돼? 나 힘들 땐 아무도 안도와줬는데.'
언니와 연을 끊은 것도 벌써 3년이 넘어가는데 그나마 하나 남았던 동생과도 끈이 끊어질 지는중이다.
하지만 그녀의 머릿속 계산기는 빠르게 움직여 손익계산서 작성이 이미 끝이 났다.
동생이 가고 난 자리를 얼른 치웠다. 자신에겐 언니든 동생이든 그저 인간관계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오히려 어두웠던 지난 과거의 잔존물 같아 지워버리고 싶던 차에 잘 되었다 여겼다.
그녀의 남편이 정확히 6시가 되자 현관문을 열고 들어
왔다.
가식적인 환영인사를 마치고 주방으로 달려가 밥상을 차렸다.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적인 대화가 이어졌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가 매우 순종적이고 유순한 사람이라고만 알고 있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자기 속을 굳이 꺼내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할 수만 있다면 죽는 날까지 아무도 자신의 속마음을 모르게 하고싶었다.
그래서 마음의 빗장을 꼭꼭 걸어 잠그고 아무도 모르게.
가끔 은행 앱을 열어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남편도 모르게쌓여가는 재산을 확인하는그런 일상이 사치스러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