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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Oct 12. 2021

고양이에게 물었다 : 강아지 마음에 드세요?

EP15_인터뷰:성견과 성묘의 합사 질적 연구 2

고양이 두부가 어느 정도 집에 적응한 것 같다. 거실과 안방을 드나들고 햇살 좋은 곳들을 구경하고, 꽃내음을 탐방한다. 그래서 두부에게 물었다.


누워서 재택근무 중인 두부 박사

Q.  안녕하세요,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A. 네~


Q. 많이 바쁘신가 봐요?

A. 아, 아직 여길 좀 탐구 중이라서요. 창문이 좀 많아서 어디가 누워있기 최적인지 따져보고 있어요.


Q. 창문을 좋아하시나 봐요?

A. 아, 네 제가 밖에 보는 걸 좋아합니다. 움직이는 건 다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는 저를 자극하는 게 많네요. 안 보려고 해도 자꾸 시선이 가서 저도 모르게 그만.. 그리고 빛 들어오는 데 눕는 걸 좀 선호해서요.


Q. 이전에 높은 집에서 생활하시다가 1층으로 오셨는데 생활은 어떠세요?

A. 제가 원래 높은 걸 좋아하는데 생활 자체는 크게 바뀐 건 없어요. 그보다 식구가 많아진 게 차이일 수 있겠네요.


Q. 아 원래 혼자 생활하셨었나요?

A.  전엔 늦게 퇴근하는 인간 하나랑 살았어서 낮에 정말 조용했어요. 혼자 창밖 보거나 굴러다니거나 뭐 자거나 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었죠. 이럴 줄 알았으면 그때 많이 자둘 걸 그랬네요. (웃음)

 

이사 전 두부의 나날들


Q. 이사하고 식구가 많아져서 변화들이 있을 것 같아요.  

A. 인간은 좀 조용한 편이에요. 말이 별로 없고 저처럼 누워있는 거 좋아하고 집 밖에 잘 안 나가더라고요. 뭐 화장실 잘 치워주고 밥 챙겨주고, 잘 쓰다듬어 주니까 크게 불만은 없어요. 그런데 저희 집에 푸코 님이 있어요. 개죠.


Q. 얼핏 보니까 푸코 님이 두부 님을 꽤 좋아하는 것처럼 보여요.

A.  너무 귀찮아요. 치대고, 들이대요. 보니까 애 자체가 나쁜 거 같진 않은데. 아 근데 제 간식을 계속 훔쳐 먹더라고요? 그게 좀 짜증 나서 저도 몇 번 때렸어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저도 아는데, 너무 갑작스레 들이대고 막 푸다닥 오니까 저도 모르게 그만.... 놀자고 엉덩이 들이밀고 이러는데 저는 내향형이거든요. 처음에 그 선을 정하는 게 좀 힘들었어요.


치대는 푸코와 발톱을 뻗은 두부


Q. 그렇지 않아도 아까 두 분 인터뷰에 실을 사진 찍다가 깜짝 놀랐어요. (사진에 나온 두부 님의 시선은 모두 푸코 님을 향하고 있었다.)

A. 나름 방긋 웃은 거였는데, 푸코 님은 저보고 포커페이스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사진 찍으면 좀 어색해져요. 푸코 님은 보니까 옛날부터 사진 많이 찍으신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그렇게 자연스럽지. 저는 아직도 어색해요. 나름 신경 써서 찍은 거예요.


좀 모자란 해맑은 친구와 거울 보는 두부

Q. 맞아요. 카메라가 어색한 분들도 있고, 즐기는 분들도 있고 다 나름인 거죠.

A. 아마 잘 찾아보시면 좀 자연스러운 표정도 많이 있을 거예요. 근데 이거 얼마나 더 해야 하나요? 자야 할 시간이에요.


Q. 아직 오전인데요? 얼른 끝낼게요. 원래 되게 예민하셨다고 들었어요. 지금도 사실 꽤 조심스러워하시는 게 느껴지고요.
A. 원래 성향도 좀 얌전하고 차분한 편이에요. 움직이는 거보단 누워있는 게 좋고. 또 막 시끄럽고 붐비는 거 보단 조용한 게 좋아요. 그런데 잠깐 길 위 생활한 적이 있어요. 집 밖은 정말 흠. 그때 생각하고 싶지도 않네요. 내가 온전히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하니까 아무래도 예민해지고 작은 소리나 움직임에도 흠칫 놀라곤 해요. 낯선 냄새, 소리 다 경계하게 되고요. 그래서 푸코 님이 갑자기 확 나타나면 저도 모르게 무조건 반사적으로 손이 먼저 나가요.


일관된 두부의 표정


Q. 보기엔 되게 도도해 보이고 우아한 느낌도 있으셔서 고생 같은 건 안 겪어 보신 줄 알았어요. 혹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얘기 있으세요?

A. 자러 갑니다. 아 그리고 말만 이렇게 하지 푸코 님도 저처럼 길 위 시절이 있어서 그런지 제가 좀 때리거나 예민하게 굴어도 많이 이해해주시더라고요. 감사하다는 말씀 대신 전해주세요. 안녕히 가세요.


가끔 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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