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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끼 Oct 18. 2021

나는 차라리 배부른 돼지개가 되겠다.

EP16_푸코의 식탐 그리고 뚱냥이

우리 집 녀석들의 공통점이 몇 개 있다.

‘네 발로 걷는다.’와 ‘식탐이 쩐다.’


푸코는 가끔 먹기 위해 태어난 녀석 같다. 지나친 식탐 덕에 훈련하기 쉽지만, 간혹 먹는 것 앞에서 주인도 못 알아보는 푸코를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 (산책 중 아무거나 주워 먹는 녀석에게서 닭뼈를 뺏으려다 물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푸코의 친구 스카(검정 래브라도, 남)와 있을 때 둘 앞에 간식을 놓아주면 푸코는 스카 것을 먼저 먹고 자기 걸 먹는다. 덩치만큼이나 착한 스카는 푸코에게 간식을 뺏기고도 얌전히 기다린다. 푸코와 달리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게 자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스피츠 류(푸코)와 달리 래브라도라는 순한 종이라 그런 걸까.


착한 스카 ㅜㅜ

푸코는 말을 못 알아듣는 '척' 하다가도 '맛있는 거', '간식'이라는 말은 눈을 마주치지 않고도 알아듣는다. (평소엔 아무리 열심히 불러도 오지 않는다. 종특이라고 한다.)


언젠간 그의 식탐에 대해 한번 글을 쓰려고 벼르고 있던 중 사건이 터졌다.

푸코가 짖으며 두부를 괴롭히는 못된 순간이 찾아온 것이다. 두부가 캣타워에서 내려오려고만 하면 (두부는 오전 중에 거실을 돌아다니고, 소파에 누워서 잔다.) 푸코가 두부에게 입질을 하며 두부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두부도 마냥 당하고 있는 성격은 아닌지라 발톱을 잔뜩 세우고 푸코 콧등을 휘갈겼다. 오 마이 갓.


푸코의 낯선 모습이다. 정말 조용한 푸코가 그렇게 온 몸통으로 짖는 것은 흔하지 않은데! 쫄보 김푸코가 남을 공격하다니. 며칠간 푸코는 캣타워 앞에서 두부를 감시했고 덕분에 두부도 푸코도 나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원인을 파악해야 했다. (푸코는 늘 이름에 어울리게 감시하고 주시한다.)

두부를 감시하는 푸코


두세 가지 가설을 세워보고 두부의 캣타워를 거실에 놓았다. 두부의 캣타워는 거실 베란다로 옮겼고 두부는 푸코를 피해 소파 사이를 자유롭게 오갔다. 푸코 때문에 활동성을 잃을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집을 조용히 잘 돌아다녔다. 그렇다면 푸코의 공격 및 보호 대상이 두부가 아니란 얘기다.

문제는 푸코였다. 

두부 없는 두부 방에서 도저히 나올 생각을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잠도 그곳에서 자고, 나를 졸졸 쫓아다니다가 내가 거실에 자리 잡으면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이 상황에, 우선은 푸코와 두부가 자기 영역이 정리된 것 같아 관찰을 재개했다.

두부 방에 급여를 하자 둘은 밥을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분리 후 첫 식사시간이 되었고, 모든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하루에 두 번 듬뿍 식사를 하는 푸코와 달리 두부는 소량 여러 번 식사를 한다. (두부는 꽤 뚱냥이라 한꺼번에 많이 주면 주는 대로 다 먹는다.) 푸코는 한동안 이를 지켜봤고 참았나 보다. '언젠가 나도 주겠지?'라는 푸코의 기대와 달리 푸코에 비해 두부는 밥을 먹는 횟수가 잦았고, 푸코는 여기에 단단히 뿔이 났다.

주인의 애정에 대한 질투라고 포장하기엔, 다른 상황에선 전혀 질투하지 않는 걸로 보아 아마 먹는 게 문제였던 것 같다. '왜 쟤만 먹을 거 줘?'


밥통을 지킨다

가장 유력한 가설을 갖고 푸코에게 먼저 밥을 주고 두부에게 밥을 주는 순서로 바꾸자 다행히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되었다. 이런. 푸코의 새로운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토록은 '어렸을 때 읎이 자라서 그래.' 라며 푸코를 안타까워했다. 생각해보면 나도 6살 어린 동생이 태어났을 때 엄마 몰래 열심히도 괴롭혔던 것 같다. 홀로 받던 애정이 동생에게 더 쏠린다고 생각해서였을까. 하여간 그 개에 그 주인.


엄마는 엄마답게 푸코의 지나친 식탐이 너무 안쓰럽다며 행동교정치료를 권했으나(정말 엄마다운 생각), 나는 강아지로써 적당한 범주 안의 식탐으로 본다. 주인의 밥상에 달려들지 않고, '기다려'를 할 줄 아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의 식욕 혹은 식탐은 그의 삶의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산책  먹는 간식을 위해 푸코는 하네스를 보며 꼬리를 흔든다. 유기견 보호소의 충격 때문에 물을 싫어하면서도 간식을 위해 목욕을 꿋꿋이 참는다. 산책이 마무리될 때쯤 '가서 간식 먹을까?'라는 소리에 뱅글뱅글 돌며 꼬리 치는 녀석 덕에 생의 활기를 느낀다.

  He does his best for it

오늘도 유투브에서 나오는 개와 고양이 같은 건 존재할 수 없음을 여실히 느낀다. 살찌면 늙어서 고생하니까 적당히 먹기를 시도해보자 녀석들아.


밥 먹고 싶을 때만 나오는 웃음




덧. 두부는 푸코 못지않게 식탐이…

두부는 가끔 훔쳐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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