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대뇌는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피질과 감성을 담당하는 변연계로 나뉩니다. 그중 대뇌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변연계는 느낌과 감정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감정의 뇌’라고도 불립니다.
포유류 이상의 고등동물에게만 있다는 변연계는 외부세계와 내부 신체환경을 점검하고 두 세계를 조율하는 동시에 신체가 외부세계에 가장 적합해지도록 생리기능을 미세하게 조정합니다. 신체의 감각정보 등과 더불어 혈압, 심박, 소화 작용 등 모든 신체적인 매개변수를 전달받는 변연계는 외부와 소통하는 ‘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변연계는 외부에서 입력된 새로운 정보들을 기존의 경험들에 비춰 필터링 하는 것이 주된 일입니다. 이것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에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필터링 과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을 유발한 것이 있다면 그 정보는 대뇌로 넘겨지지만 만일 부정적인 것이었다면 변연계는 이 정보들을 차단하고 대뇌로 더 이상 넘겨주지 않습니다. 대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작은 거인’이지요.
옆 사람이 화가 나 있으면 그 기운이 내게로 전달된다든가, 연애를 할 때 기운이 활발해진다든가, 미운 사람이 있으면 소화가 안 된다든가 하는 것들을 예전에는 모두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치부했지만 지금은 이런 현상들이 모두 인체의 생리구조 안에서 물질적으로 작용하고 있음이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외부의 환경과 소통하는 기관이 인간의 신체에 있다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처음부터 외부와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통하도록 만들어진 인간이 소통하지 않을 때 그것은 병이 되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요.
사람과 사람사이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누군가 내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것을 원치 않고 나 역시 살갑게 다가가기를 꺼려합니다. 예전처럼 이웃끼리 일명 ‘지지고 볶는’ 관계는 결코 허용되지 않습니다. 단절된 채 혼자 방안에 틀어박혀 있거나 ‘혼밥’ ‘혼술’로 외로움을 달래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소통하지 않고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생겨나는 병이 바로 ‘우울증’입니다. 현대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이 ‘우울증’은 바로 소통하도록 만들어진 인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해 생겨나는 병인 것이지요.
크기로 보면 이성을 담당하는 대뇌가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보다 훨씬 크지만 새로운 정보가 대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연계를 통과해야만하고 이에 따라 대뇌는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감성이 이성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이지요.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 해도 감성 앞에서 흔들릴 수 있는 이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마법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랑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 인간에게 공동체와 사랑이 필요한 것은 어쩌면 숙명인지도 모릅니다. 인체에 변연계가 존재하는 한 누군가와 소통하지 않으면 결코 풍요롭거나 행복할 수 없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