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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17. 다들 별일 없으신거죠?


매일 아침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텔레비전 뉴스를 켜는 것입니다. 별로 새롭지 않은 정치권 소식을 접하거나 사건사고를 접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것 역시 상황만 조금씩 다를 뿐 매일 듣는 뉴스라 어쩌면 조금 무뎌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메르스라는 전염병이 평택지역을 강타하고 전국으로 확산되면서는 신경이 온통 그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밤사이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뉴스를 틀지만 여지없이 기대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확진 환자가 생겼다는 뉴스에 나도 모르게 큰 한숨을 내쉬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메르스가 평택지역을 중심으로 퍼져나가서인지 다른 뉴스들처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건 분명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니까요. 메르스가 시작된 초기만 해도 감염률이 낮다는 사실에 그다지 큰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초조함과 걱정은 자꾸 늘어납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가족들 간의 연락도 더 잦아졌습니다.     

하루 종일 각자의 일에 매달려 있느라, 때론 따로 살아간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번 연락하기도 힘든 가족이었는데 요즘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에게 부디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기도 합니다. 아마 직접 메르스 확진 환자나 의심 환자 당사자가 된 가족들의 마음이야 더 말할 나위 없이 초조하고 힘이 들겠지요.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가족의 의미’에 대한 생각도 더 많아졌습니다. 우리에게 ‘가족’은 대체 무엇일까요. 어떤 존재들이기에 이리도 서로에 대해 걱정하고 안타까워하는 걸까요. 단순히 한 핏줄로 이어졌다는 것만을 가족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람의 아픔에 왜 이렇게까지 내 가슴이 아픈 걸까요.     

생각해보면 가족은 추억을 공유한 시간들이 많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가 태어나서 클 때까지 함께 보낸 그 수많은 추억들, 부부가 힘든 일과 어려운 일을 함께 겪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던 추억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시간의 결과들이 가족이라는 튼튼한 울타리를 만든 것은 아닐까요.     

그렇게 생각한다면 가족의 의미는 조금 더 확장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함께 많은 추억을 공유하며 마음을 주고받는 애틋한 연인들, 가족보다 더 오래 함께 지내며 힘든 일이나 기쁜 일들을 함께 겪은 회사 동료들, 지역사회의 어려움과 기쁨을 함께 의논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음을 쓰는 동안 많은 추억들이 쌓여버린 단체 구성원들, 평택이라는 운명공동체 속에서 지난 역사를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시민들까지 어쩌면 우린 모두 한 가족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 시간, 가장 작은 범위의 내 가족, 그리고 어느 병상에선가 메르스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을 또 다른 내 가족, 평택시나 보건소에서 확산을 막기 위해 24시간 뛰어다니며 일하고 있을 오빠·언니·동생·삼촌 등 또 다른 내 가족들의 안부를 간절히 묻습니다.


 “다들 별일 없으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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