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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내밀어 주는 공동체

내가 기댈 곳은 혈연만이 아니야

by 윤희크

요즘 비폭력대화 수업을 듣고 있다. 비폭력 대화 수업 시간에는 자신의 속깊은 이야기가 필연적으로 나오게 되므로 처음 몇 주는 경계하고, 이런 얘기까지..! 라는 느낌이 내내 감돈다.


배우러 오고 마음 내서 오는 장소에서도 어디까지 얘기할까 고민하는데 실생활에서는 더 마음을 내어놓거나 취약한 부분을 드러내기 어렵다. 결국 내 욕이 되어 돌아온다거나 통수 맞거나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까 티내지 말라고들 한다.


공동체로 살기를 선택하며 살아온지 10년이 넘었는데 공동체의 규모나 공동체의 가치가 조금씩 다를지라도 내가 아는 공동체는 다들 비밀이 없고 치부가 드러나는 게 욕이 되지 않는다.


돈이 없으면 그것을 어떻게 할지 더 고민하고 이 부분이 안된다면 아 그럴 줄 알았어- 하는 타박이 되는 게 아니라 그 부분을 잘 봐주면서 어떻게 변해갈 수 있는지 돕는다.


오늘 공동체는 이를 개인의 마음에 기대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개인의 성장 수준에 기대하는 게 아니라 규칙으로 되어 있다. 돕는 것도 체계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취약함을 드러낼 때의 수치심과 자아상의 깨짐에 대비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곳의 큰 규칙 중 하나는 “제3자 얘기를 하지 않는다”가 있다. 평가든 판단이든 말하지 않고 나와 a의 이야기를 하는데 a의 잘못이 큰 것으로 정리된 에피소드라면 a가 스스로 내가 이런 잘못을 했어 라고 말할 수 있어도 내가 먼저 a가 나한테 이런 잘못을 했어~ 그때 이랬지 라고 떠들지 않는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한 것은 이 제3자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은 부부 간에도 지켜야할 규칙이다. 부부가 얘기를 하다보면 한 사람에 대한 시각을 공유하는 것은 나쁜 행위이고 그것이 퍼질 경우 공동체에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오늘 공동체는 철저히 개인 대 개인의 만남의 합이지 이 가족과 저 가족, 이 커플과 저 커플 이라능 식으로 묶이는 것을 굉장히 경계한다.


여러 공동체를 경험한 나로서는 가장 신선했다. 내가 오래 있던 우리동네사람들은 개인대 개인의 만남이라고 이론적으로는 주장했지만 부부의 결합이 가장 중요하고 부부만 아는 얘기와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친한데 오늘공동체는 와서 볼 때 그게 모호했다. 그런데 그것이 이런 공동체의 모습을 지키고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균열을 조심하고 방지하는 차원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 재밌게 느껴졌다. 나를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가 아니라 한 사람관계하고 싶다는 기반 위의 공동체. 처음이었다.

30대를 지나며 우리동네사람들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자기 가정, 내 가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문이 닫히고 아기 엄마들만의 모임이 생기고 엄마 모임이 활발하고 거기서만 공유되는 얘기와 친밀함이 생겼다. 엄마가 된 친구들은 애즈원 스타일로 한 인간의 성장을 본다.. 는 관점으로 출산을 권장하고 모여서 아이 키우는, 엄마로서의 삶이 강조되었다.

시대를 역행하게된 것에는 닫힌 공동체가 되는 흐름을 탄 것도 있지만 내 가족주의가 되면서 외부, 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들을 피곤해하고 안 모이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부터였다.


오늘공동체는 여성이 출산을 했다고 엄마로서만 살려고 하는 것을 아이를 망치는 애착이라고 경계하고 자신의 취미, 일을 갖도록 권장하고 돌봄시스템으로 개인의 시간을 준다.

남편이 혹시 말로라도 그래도 엄마가 아이를 봐야지 라는 것을 티낸다면 즉시 얘기가 멘토에게 올라가서 그 남편은 돌봄을 더 더 해야한다. (체크를 한다)


돈에 대한 부분, 돌봄에 대한 부분 다양한 것들이 체계적으로 돌보도록 시스템화를 했다. 더 친한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하는 게 아닌 시스템으로서의 돌봄. 복지에 관한 것도 퍼센티지와 돈이 있을 때 없을 때 구분해서 할 수 있는 만큼 하는 것을 잘 갖춰놨기에 나 개인이 돈을 적게 벌지라도 공동체 사회는 넉넉하다.

일자리 고민도 함께 하고 있다. 어떤 일자리를 마렴하면 좋을지 누구를 연결할지 등도 함께 고민하고 멘토와 얘기한다. 혼자 끙끙-이 이 공동체는 없다.

오늘공동체에 오면 이 시스템에 2년은 걸려 적응하는 거같다. 도움이 너무나 공기 같아서 받는 줄도 모르고 훅훅 받고 어느 순간엔 이것도 저것도 달라 그러고 또 그 기간이 지나면 어머 나만 너무 받는 거 아닌가 쫄다다 그 기간마저 넘어가면 나도 남을 돕고 있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향과 도덕에 맡기지 않고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낸 게 놀랍다.

그동안 무임승차나 얄미운 사람을 참 많이 봤는데 이 공동체는 넉넉하면서 진상은 끊어내고 무임승차자 본인이 아 부끄럽네 하고 깨닫기까지 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십년 이상의 쌓인 내공이 빛을 발하는 순간을 곳곳에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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