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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환대는 어디까지 가능한가

진상되기와 고마움의 사이를 서성이며

by 윤희크

검암의 주거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도 환대하기, 사람을 좋아했지만 10년의 시간이 흐르며 점점 문을 닫았다. “우리”가 강해지고 말았다. 타인이 와서 노는 게 불편하다고 말하고 그 불편한 감정을 소중히 하게 되었다. 내가 불편해서 그래 너가 싫다는 게 아니야. 거기서 나오는 소외와 배제는 잘 모르겠네.. 그걸 하려던 것은 아니야.



우리동네사람들이 어영부영 망해갈 무렵에 오늘공동체에서 대표님과 상담을 꾸준히 하게 되었다. (오늘 공동체는 대표님의 무료 상담에 알음알음 꿰어 온 사람이 많다고 한다) 이 당시 우울증이 심해서 나는 신경정신과 상담을 매주 다니며 항우울제와 수면유도제와 진정제를 먹고 있었다.


대표님은 오늘 공동체에서 가는 제주도 여행도 가자고 하고 라오스 여행도 가자고 하시고 일단 오늘 공동체 주택에 머무르며 사람들과 얘기 나누는 자리를 계속 갖도록, 혼자 있지 않기를 권유하셨더랬다. 우동사로 돌아가지 말고 오늘공동체 사람들의 집에 머무르게 일자리도 알아봐 주시려고 했다.

너무 우울할 때는 아아 그래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날 뭘 믿고 이렇게 잘해주시나 싶었다.

라오스 여행을 같이 갔을 때는 그중 열다섯 명 정도와 함께 태국 시사아속 공동체로 후속 여행을 갔었다.

시사아속은 불교 공동체인데 이곳의 환대도 어마어마했다. 해달라는 것을 다 해주려고 하는 느긋하고 열려있는 마음에 감동을 받았다. 심지어 그 공동체는 하루에 두 끼를 먹는데 우리 세끼 차려주시려고 밥을 하셨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돈도 받지 않았다. 그냥 베풂. 베푼다는 마음 없이 베푸는 한량없는 보살의 마음.


공동체를 하다 보면 공동체의 너른 품과 사람들의 넉넉함을 쏙쏙 빼먹는 사람들이 꼭 생긴다. 더 부탁하고 더 받고 싶은.

나 힘들어, 나 과거에 어려웠어, 나는(각종폭력의) 생존자라는 것이 어느 순간 정체성이 되어서 이래도 되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냥 나르시시스트라서기도 하고. 타인이 어떨까 생각 없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얻고 공동체의 넉넉함을 쓰기만 하는 사람들이 나타나는데(나는 오늘 공동체의 잠자리, 각종 모임, 알바 자리를 당연하게 얻고 하다 말다 오다 말다 하며 지냈다. 왜냐하면 난 우울증이고 힘드니까)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각 공동체가 지속 가능한지 아니면 흐지부지되는지 판가름 나는 길이다.

진상이 점점 늘수록 품을 내는 사람들은 지칠 수밖에 없고 메마르게 된다. 공동체가 기꺼이 내어주던 것들이 진상들 덕분에 규칙이 생기고 선이 그어지고 한 걸음 물러서게 되는 것이다.


오늘공동체는 공동체학교 1년 과정으로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공동체 정신을 가르치거나 안 맞는 사람을 거르는 과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아속은 만장일치제로 결정한다고 했다. 개개인의 성품에 기대지 않고 제도가 있어야 한 사람 한 사람이 너무 기운을 쓰지 않고 또 품을 내는 선순환 구조가 장착된다는 느낌이 있다.


우동사는 개인의 성품에 기댔다가 불교의 수행 분위기가 흐지부지되면서 균열이 생겼었다.


오늘공동체에 머무른 지 2년이 넘어서야 나는 나의 진상 기운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내 슬픔에 매몰되어 남이야 어떻든의 상태에서 겨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사람들의 환대로 발을 담그고 서성이다-함께 하겠다 결심하고-오늘 공동체가 믿는 보편가치를 배우면서부터였다.


나정도 나르시시스트가 되면 타인의 환대가 받으면 좋으면서도 저 사람들은 할 만하니까 하나보다..로 휙 넘겨버리게 되는 것이다.


환대의 공동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각 공동체마다 면면히 흐르는 핵심 이념이 얼마나 잘 공유되고 내면에 살아있는가에 따르는 것 같다.


각각이 받아들이는 보편적인 진리. 그게 성선설일수도 성악설을 기반할 수도 있지만 결국 인간이 타인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존재인데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닐까. 오늘을 그리고 함께 잘 살아보기 위한 한 걸음걸음.

오늘공동체도, 전국의 다양한 주거 공동체, 일공동체, 마음공동체들도 다 그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 모두의 고군분투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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