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도 행복한 여행

친정엄마, 아이와 함께한 전주 여행에서

by 여지나


어느 주말,

오랜만에 친정엄마 그리고 아이와 함께 전주여행에 나섰다.


친정엄마와의 여행은 늘 긴장는 편이라 이번에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저 '불편하지 않게 잘해드려야지', '좋아하는 것들을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또 아이도 즐겁게 해주어야 하고...


내 어깨에는 책임감만이 가득했다. 코스도 아이와 엄마가 좋아하실 만한 장소, 힘들지 않을 것 같은 것들로 채우기 위해 분주했다.


그렇지만 이번만큼은 왠지, 나도 행복한 시간을 갖고 싶어졌다. 그래서 한복사진을 찍을 때 평소와 달리 내 사진도 찍기로 했다. '한복 인생샷 건지기'를 목표로 한 것이다


여행 당일,

땡볕에 오랫동안 택시를 기다리느라 아이도 친정엄마도 꽤 지쳐 보였다. 간신히 숙소에 도착한 뒤 체력축을 위해 바로 옆 비빔밥집에서 대강 식사를 했다


그리고 드디어 한복 대여점에 갔다. 엄마와 아이가 한복 고르는 것을 도와준 뒤, 나도 마음에 드는 한복을 골라 입고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금방 지친 두 사람을 데리고 근처 카페로 갔다.


일단 두 사람을 먼저 평상자리에 앉혔다. 음료를 주문하고 한옥이 보이는 거리를 디저트 삼아 목을 축이며 쉬고 있을 때였다. 휴대폰을 보니 한복가게 사진작가님이 카톡으로 사진을 여러 장 보내놓으셨다. 한 장씩 넘기다 내 사진도 잘 나온 것을 발견했다.


더위와 의무감에 무거워진 몸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아주 오랜만에 가족 여행에서 작은 기쁨을 찾은 느낌이었다. 이후로는 더 가벼운 마음으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저녁은 숙소에서 드시고 싶다고 하여, 유명한 식당에서 이것저것 포장을 했다. 또 아이가 거리공연을 보고 싶어 해서 친정엄마랑 잠시 보게 둔 뒤, 바로 뒤편 가게에서 내가 먹고 싶었던 문어꼬치도 하나 포장했다.


숙소로 돌아와 엄마가 잠시 눈을 붙이시는 사이, 아이랑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문어꼬치를 나눠먹으며 장난치는 시간이 꽤 행복했다.


다음날도 친정엄마와 아이가 좋아할 만한 체험시설을 예약해 두었다. 가기 전에 내가 원하는 뷰가 보이는 카페에서 과일빙수를 먹 일정을 시작하기로 했다. 빙수 한 입, 한옥지붕이 가득한 풍경 하나에 방 기운이 났다.



아이와 엄마께 체험시설을 함께 안내하며 사진을 찍어 주었다. 체험 후에는 피곤해하는 두 사람을 위해, 기차역으로 가기 전 이동경로 중에 있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피곤했지만 내가 원하는 것들도 함께 했더니 버틸만했다. 실은 꽤 괜찮았다.


여행이라는 게 내 또래는 아래로 자녀, 위로는 부모님이 있는 경우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여행인데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왕 '여행'인데 내가 즐거우면 내 가족도 더 즐겁지 않을까? 나만 그들을 아끼고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게 아니라,실은 그들도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의외로 지켜주고 싶을지도 모른다.


확실히 알게 된 것은 내가 행복해야 내 가족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한 장, 꼬치 하나, 빙수 한 입이 그렇게 큰 사치도 아니다.


내가 불행한 채로 아이와 엄마가 잠시 행복했다 쳐도, 사실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면 가족들 역시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가족여행에서 맡은 역할이 너무 크게 느껴지더라도, 잠시쯤은 진심으로 웃을 수 있는 순간이 필요한 것 같다.


결혼 전에는 내 행복만 생각하며 여행하면 됐었는데, 어느샌가 '맞춰 주는 여행'이 더 편해졌다. 그러다 보니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도 잊어버렸었나 보다.


이제 다시, 진정한 여행의 첫발을 뗀 느낌이다.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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