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2020). 타인의 해석. 김영사
책 제목이 타인의 해석이다. 원제는 talking to strangers인데. 타인의 해석이 아니라 타인을 해석하기 아닐까? 타인을 올바르게 제대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쉽지 않으니까 이런 책이 나온 거겠지? 여기서 새삼스럽게 말콤 글래드웰이 누군지 중언부언한다면 타인을 잘못 해석한 것일 수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라면 그가 누구였더라 잠시 생각하더라도, 전혀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유명인이 책을 냈다. 역시나 그답게 책을 쓴 것이다.
여기서 그답게 가 뭘 의미할까? 뒤에 있는 미주를 보니 그는 이 책을 3년에 걸쳐 썼다. 여기에 수많은 인터뷰와 수백 권에 이르는 책과 기사를 참고해서. 총 471 페이지에 이르는 책 중에서 무려 61페이지가 미주에 해당한다. 그만큼 말로 썰을 풀지 않고 객관적으로 쓴 글임을 스스로임 증했다. 이런 방식에 충실한 말콤 글래드웰이라서 믿고 읽을 수밖에 없다. 읽다 보면 이런 책들이 국내에서 저술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어떤 배경이 있을 텐데, 대게 남의 생각과 책들을 수입해서 읽고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익숙한 것은 알겠다. 언제까지 이런 일들이 지속될까?
이 책을 읽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이 책을 읽고 난 후라도 지금까지 몰랐던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데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다. 그건 이 책이 읽을만한 가치가 없다는 게 아니다. 우리 몸에 밴 습관이 쉽게 극복될 것 같지 않아서다. 더불어 이렇게 신경을 켜놓고 살아야 하는 건지 자못 회의스러워졌다. 결론은 우리가 타인을 제대로 이해하는 습관이 몸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게 내게 이득이 될 때에는 가능할 것 같다. 아니, 실제로 우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먹거나 본능에 의존하거나 할 것 같다. 그게 익숙하니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 이거다. 우리도 다 알고 있던 얘기다. 말콤 글래드웰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우리와 그의 차이라면 그는 이걸 무수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하고, 이를 일목요연하게 이론처럼 만들어서 봐봐.... 이건 이런 거야 하고 제시를 한다. 이런 책을 내려면 엄청 많은 품을 들여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고, 그런 그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보는 게 그에게 예의를 갖추는 일일 것이다. 당신이 그의 명성을 익히 안다면 말이다. 물론, 몰라도 사는데 전혀는 아니고 좀 불편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우린 낯선 타인들을 쉽게 받아들이고 이해할까?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그럴 것 같다에 우선 한 표! 이를 선입견으로 바꿔도 이것에 정말 많이 의존하지 않을까? 작가가 이를 지적하는 것이다. 우린 낯선 사람을 자기 자신보다 쉽게 받아들인다고 작가가 말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주장이 주는 결론은 우리는 낯선 타인을 쉽게 알 수 없다는 것. 이를 주장하기 위해 그는 무려 3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것이다. 그는 낯선 사람, 타임을 보는 우리의 시각을 자료를 모아 분석해서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습성을 찾아내고 바로잡자는 게 이 책을 서술한 목적 아닐까? 이게 잘 될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례들은 미국 등에서 떠들썩하게 알려졌던 사건들이다.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한번 아니 여러 번 경청할 만한 내용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허투루 책을 쓰는 사람이 아니니. 그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미 앞에서 서술했고, 그가 관찰한 사례들을 그는 어떻게 정리했던가? 우선, 우리는 '사람들은 정직하다'라는 진실 기본값에 상당히 많이 의존한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진실되다고 믿는 것이 잘못될 수도 있음을 아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지만 그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아는 게 더 중요할 것 같다.
진실을 기본값으로 놨는데 그게 틀리다면? 유명 대학의 존경받는 풋볼 코치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 역사상 가장 큰 금융 사기를 친 사람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미국이 아닌 쿠바를 위해 일한 스파이를 파악하는 게 얼마나 어려웠는지까지. 두 번째는 우리가 상대방의 표정으로 그 사람의 많은 것을 알 수 있다는 생각이 얼마나 오해를 불러오는지 보여준다. 미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프렌즈'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우리가 만나는 낯선 사람들은 결코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누군가를 판단할 때 동원되는 학교, 출신 지역, 직업, 성별, 나이 등이 얼마나 머릿속에서 잘못 해독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세 번째는 낯선 이들을 잘못 해석하는 기제들이 서로 결합되면 그 결과가 파괴적임을 알려준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금문교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한다. 그런데, 그 다리만 아니면 자살을 하지 않을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비용을 들어서라도 자살을 방지할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찾지 않는다. 이유인즉, 그곳이 아니라도 죽을 사람은 줄을 것이란 생각 때문에. 영국에서는 도시가스가 천연가스로 바꾸면서 도시 카스를 이용한 자살이 급격히 낮아졌다는 통계까지, 일산화탄소의 경우 빨리 죽음에 이르게 한다니, 보면 우리의 사고가 결코 합리적으로 작동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결론은 우리 속담처럼 '열 길 물속을 알아도 낯선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다가 될 것 같다. 그럼 어떻게 하지? 그가 쓴 《블링크》에서는 우리의 직관이나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살면서 우리 안에 쌓인 직관이란 무서운 무기가 때론 엉뚱한 결론을 내기는 하지만, 그 직관이란 것이 사람들은 정직하고 투명하다는 오래된 경험에서 나온 것이기에, 그 직관에 타인에 관해 취한 가급적 많은 정보에 기초해서 상황과 맥락을 더해 타인을 판단하는 게 답은 아닐는지. 이렇게 하면 당연히 열 길 물속이야 알겠고, 한길 사람 속은 그나마 좀 알 것 같다. 아, 말콤 글래드웰 생각은 확실히 알 것 같다. 그가 이 책을 왜 썼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