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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드리머 May 30. 2024

국제학교 입학, 언제가 좋을까? (feat. 적응기)

고학년도 늦지 않아요

국제학교 입학 시기

2023년 8월

1호 : 한국 초6 -> Y8로 입학 (세컨더리)

2호 : 한국 초4 -> Y6로 입학 (프라이머리)


입학 직전, 엄마의 마음


 쿠알라룸푸르 영어캠프 10주 외에는 제대로 영어학습을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엄마표영어라고 꾸준히 영어영상을 보고 영어책을 읽어왔지만 발화를 해본 적도 없다. 아마 한국에서 엄마표영어를 하는 가정들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스피킹과 라이팅이 아닐까. 또한, 아이의 영어 수준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맹점이다. 입학을 앞두자 점점 마음이 심란해졌다. '몇 달이 지나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까? 선생님께 모르는 걸 질문할 수는 있을까? 친구들의 말은 이해할까? 친구 사귀는데 얼마나 걸릴까? 친구들 말에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학교에는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 이미 다 그룹이 형성되어 있을 텐데 어떻게 친구를 사귀지? 점심시간에 혼자 먹는 기간이 길지 않아야 할 텐데.. 적응 못하고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면 어느 시점까지 버텨보고 돌아가야 할까?'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며 이렇게까지 초조한 순간이 있었던가. 처음 어린이집을 갈 때도, 유치원을 갈 때도, 초등학교 입학할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궁금했지만 묻지는 않았다. 어렸을 때 성장하는 동안 한 번도 전학 경험이 없는 내가 해외로 온 아이들의 마음을 어찌 짐작이나 해볼 수 있을까. 괜히 질문해서 불안감을 증폭시키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아이들에게 적응기간이 힘들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낙심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유학원 상담 때 들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아이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한국에서 오면 처음엔 수업의 25%를 이해하고, 3개월쯤 지나면 50% 정도 이해하고, 6개월쯤 되면 듣기는 어느 정도 되고 입이 트이기 시작한다. 1년쯤 되면 수업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어지고 1년이 지난 시점부터 한국 아이들이 상위권으로 진입하는 경우들이 많다.'  내 마음과 달리 아이들은 그다지 감정의 동요가 없어 보였다. 


아이들 학교 사무실 앞 전경





국제학교 첫 한 달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날. 강당에서 전반적인 커리큘럼 설명과 선생님 소개를 하고 각 반으로 이동해서 담임선생님과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Y6 학부모들은 교실 뒤편에 있는 의자와 아이들 의자에 앉고, 아이들은 교실 앞쪽에 있는 카펫에 모여 앉아 설명을 듣는 다소 이색적인 모습이었다. 설명이 끝나자 손들고 거침없이 질문하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모습이 좋아 보이면서도 괜히 주눅이 들었다. Y8은 좀 더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였다. 각 반으로 가서 한국처럼 책상에 앉아 설명을 들었다. 선생님의 말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엄청난 집중을 해도 이해하지 못했다. '우리 딸, 적응하려면 오래 걸리겠는데. 힘들어서 어쩌지'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아이들의 시작에 마음이 무겁기는 처음이었다.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학교의 분위기가 한국과 달리 활기차고 생기 있으며 선생님들이 굉장히 친절하다는 평을 했다. 출발이 좋았다. 예상치 못하게 두 아이들 모두 수업을 듣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해서 어리둥절했다. 심지어 1호는 수학과 과학이 상위권이었다. 그동안 영어 영상을 무리 없이 보기는 했었는데 입학하자마자 바로 자연스럽게 적응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수학시간에 분수의 덧셈뺄셈이 헷갈려서 선생님께 질문해서 풀었다는 2호의 말을 들으니 놀라웠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영어로 질문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으니 그저 감격스러웠다. "우리가 영어로 말 못 하는 줄 알았어? 말레이시아 영어캠프 때도 선생님하고는 영어로 말했잖아. 많이는 안 했지만." 더 이상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 싶었다. 1호는 입학 다음날부터 먼저 다가와준 친구 덕분에 쉽게 적응했고, 2호는 다른 국제학교에서 1년을 다니다가 전학 온 한국인 친구들이 있어 수월하게 적응했다.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이곳에 오기 전에 아이들은 만화 '레이디버그'에 빠져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프랑스 파리였다. 듀오링고로 영어를 했었는데 언젠가부터 프랑스어를 시작했다. 1호의 경우는 관심이 독일로 넘어가 독일어로 바뀌긴 했지만. 학교 커리큘럼상 세컨더리인 Y7부터는 아이들이 주 3회 프랑스어를 배운다. 1호는 Y8로 입학해서 1년이 늦은 상태였지만 듀오링고 덕분인지 프랑스어 수업을 크게 어려워하지는 않았다. 당일 배운 것을 온라인 퀴즈로 푸는데 1등을 해서 하우스포인트를 받기도 했다. 컴퓨터를 좋아했던 1호는 5학년부터 카이스트 사이버 영재교육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수업은 선발형이 아닌, 신청하는 누구나 가능한 수업이다) 학교 컴퓨터 수업은 파이썬 예제를 각자 푸는 방식이었는데, 아이는 6번 정도까지 하고 보니 대부분 친구들은 1~2번을 하고 있었단다. 선생님께서 손으로 최고라며 칭찬을 해주셨고 아이들도 처음 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하냐며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사를 찾아 몰입해 보는 시간을 권장했던 엄마였다. 때로는 하루종일 스크래치 코딩에 빠지기도 했고, 하루종일 만화책만 보기도 했으며, 학교 끝나고 아이 둘이서 유튜브를 보며 몇 시간씩 베이킹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학습과 관련된 사교육은 하지 않았다. 대신 한글책과 영어책 독서, 영어영상 보기, 수영만큼은 중요하게 생각했다. 프랑스어와 코딩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 보면 쓸데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만한 시간들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 덕분에 아이가 학교에서 인정받았다니 더욱 기뻤다. 그 경험이 자신감을 가지고 학교생활에 적응해 나가는데 도움을 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어떤 경험이든 쓸데없는 경험은 없다. 성인이 되기 전 유년시절에 최대한 많고 다양한 경험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호 카이스트 파이썬 과정 이수증





적절한 입학시기는?


 초반에는 우리처럼 1~2년 단기로 생각하고 국제학교에 온다면 '저학년 때 왔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참 많이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아이가 스스로 준비가 되어 국제학교에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온 지금의 시점이 가장 적기라는 생각도 든다. 2, 3학년 다니고 한국으로 가면 영미권 3학년 아이들의 수준일 것이고, 8,9학년을 다니고 가면 9학년의 수준이 될 테니 늦게 와도 괜찮겠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적응이 어려워 한국으로 일찍 돌아가더라도 '안 하는 것보단 낫다'라는 마음이다. 다만, 추후 한국으로 돌아가 교과과정을 따라가야 한다는 것과 선행을 같이 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존재한다. 그러나 아이가 선택한 길이니 그 부담감을 감당할 책임도 아이에게 있다. 엄마인 나는 그저 묵묵히 지켜봐 주고 가이드만 해줄 뿐이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자기 전에 누워서 1호가 말했다. 

 "나도 엄마처럼 내 아이들 키울 거야. 나랑 OO이 여기서 금방 적응해서 잘 지내고 있잖아. 다른 엄마들은 왜 대부분 아이들 학원 보내고 밤늦게까지 공부시킬까? 난 우리 애들 나처럼 키워야지." 

담담하게 말하는 아이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동안 엄마표영어를 하면서 때때로 불안한 마음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없다. 이대로 하는 게 잘하고 있는 건지, 괜히 아이들의 학습능력을 저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들의 영어가 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으니 학원을 보내봐야 하나 고민한 날들도 있었다. 3년이라는 엄마표영어의 시간을 보내고 수월하게 적응하는 아이들을 보니 내가 옳았다는 확신이 들었다.  


photo by Brooke Cagle on Unsplash


아이들을 보며 이게 다 내 덕분이라고 소심하게 셀프 칭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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