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적게 듭니다
월 200만 원이면 될까?
치앙마이에 오기 전, 우리 가족의 순수 생활비로 예상했던 금액이 바로 월 200만 원이었다. 이는 콘도 렌트비와 차량 렌트비를 제외한 금액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치앙마이에 온 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200만 원을 넘긴 적이 없다. (전기세, 수도세 포함)
우리 가족은 중1, 초5의 먹성 좋은 두 명의 딸과 부부, 총 4인 가족이다. 남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내향형이라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집순이 스타일이다. 한국에서도 "이번 주말에 우리 뭐 할까?"하고 물으면, 아이들은 항상 "아무 데도 가지 말고 집에만 있자!"라고 답하곤 했다. 외출이 잦으면 지출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우리 가족의 이런 성향이 한 몫 한 것 같다.
사실, 생활비는 각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외출이나 쇼핑을 즐기지 않기 때문에 주로 식비에 집중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계절마다 아이들 옷을 사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마저도 필요가 없어졌다. 또한, 이곳에 얼마나 오래 머물지 계획이 불분명하다 보니, '짐을 가능하면 늘리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생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용카드를 주로 사용했지만, 치앙마이에 온 후에는 주로 현금과 스캔(QR) 결제를 주로 이용하며, 가계부 작성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동안 얼마나 지출했는지 위주로 확인해 왔는데, 이번 글을 쓰며 항목별로 분석해 보았다. 예상한 대로 외식을 포함한 식비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
< 고정지출 내역 >
(환율적용은 1밧=38원)
콘도렌트비 / 18평 2 베드룸
치앙마이의 주거 형태는 크게 콘도와 무반(주택)으로 나뉜다. 콘도는 주로 스튜디오, 1 베드룸, 2 베드룸 형태가 대부분이며, 3 베드룸은 드물다. 그래서 4인 가족의 경우, 콘도보다는 무반에 사는 경우가 많다. 무반은 대부분 2층 단독주택 형태로, 24시간 경비 시스템과 클럽하우스(수영장과 헬스장) 유무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월 15,000~35,000밧, 물론 그 이상도 있음) 2 베드룸의 콘도에 비해 3 베드룸 무반의 면적이 훨씬 넓지만, 비용은 오히려 무반이 더 저렴한 경우가 많다.
차량렌트비
우리는 1200cc 소형 차량으로 1년을 계약했다. 그런데 태국은 중고차의 가격 방어가 매우 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중간에 렌터카를 반납하고, 연식이 있는 SUV 중고차를 구입했다. (중고차는 facebook을 통해 거래했다.)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에 따라 렌트가 더 나을 수도 있지만,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전기세 / 수도세
무반보다 콘도의 전기세가 조금 더 비싼 편이다. 겨울에는 에어컨 사용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 1,500밧 미만으로 나오지만, 요즘처럼 밤에도 에어컨을 틀고 자다 보면 3,000밧 이상이 나오기도 한다. 수도세는 매달 거의 400밧 정도로 비슷하게 나오며, 월말이나 월초에 요금서가 날아오면 스캔(QR)으로 쉽게 결제할 수 있다.
< 변동지출 내역 = 생활비 >
외식
외식에 포함된 비용에는 식사뿐만 아니라 커피, 음료, 간식 비용도 포함된다. 한국에서는 주로 배달을 시켜 먹었지만, 치앙마이에서는 주로 나가서 먹는 편이다. 다양한 맛집과 카페들이 많아 선택이 폭이 넓다. 로컬 식당에서 한 끼를 해결하면 2000원대로 가능하며, 퀄리티 있는 음식을 먹더라도 한국보다 저렴해 부담이 없다.
장보기
과일과 야채는 주로 시장에서 구입하고, 그 외 식재료와 생필품은 마트에서 구매한다. 과일과 야채가 매우 저렴하기 때문에 항상 집에 과일을 넉넉히 쟁여두고 먹는다. 한국에서는 과일이 비싸서 아이들에게 양보했었지만, 이곳에서는 원 없이 먹고 있다.
주유비
생각보다 주유비는 저렴하지 않다. 평일마다 아이들을 학교에 픽드롭 하느라 하루에 약 30km 정도를 주행하는데, 중고차 구입 후 차량이 커지면서 주유비가 거의 2배가 되었다.
교육비
1호의 피아노 수업과 남편의 테니스 수업은 6개월이 지나서야 시작했다. 피아노와 테니스 모두 1회(1시간)에 500밧(19,000원)이다.
그 외
병원은 몇 차례 방문했지만, 보험을 청구하면 모든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어 지출 항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병원 접수처에 가서 여권을 제시하면 한국인 통역분이 바로 오거나, 유선으로 상담이 시작된다. 이후 진료를 대기 중에 통역사분이 와서 진료를 펀하게 받을 수 있다.
차량을 구입하지 않고 거주비와 렌터카 비용을 합하면 월 고정지출이 적지 않다. 우리 가족의 경우, 한국에서 대출이자와 원리금을 갚고 있었고, 아파트 관리비와 공과금을 포함하면 금액이 상당했기 때문에 치앙마이에서의 생활을 결정하는 것이 오히려 쉬웠는지도 모른다. 중고차를 구입하면서 차량 렌트비의 부담이 줄어들었다. 생활비는 예상보다 적게 들고, 삶의 만족도는 높아서 사람들이 은퇴 후 살기 좋은 도시로 치앙마이를 추천하는 이유에 공감이 간다. 남편과 종종, 나중에 아이들이 독립해 타지로 떠나면 우리는 치앙마이에 사는 것도 괜찮겠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비는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각자 취미생활을 하나둘씩 추가하다 보면 더 상승할 수 있지만,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비싼 레스토랑에 가서 외식을 하더라도 한국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가족이 함께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대화하는 시간이 내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부담 없이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즐기며 편안하게 힐링하기 좋은 도시. 치앙마이는 우리 가족에게 딱 맞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