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앞집 아주머니의 강아지 한 마리가 로드킬 당한 적이 있었다.
도로 위에서 아주머니는 죽은 강아지를 껴안고 대성통곡했고, 경찰과 사고를 낸 차주인이 도와주려고 해도 실질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강아지가 갑자기 도로에 끼어드는 걸 피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강아지의 죽음은 자동차보험으로 처리가 되지 않아 차량 주인도 난감해했다고 들었다.
아주머니의 집은 정남향이 아닌 비스듬하게 지어져서 꽃으로 가꾸어진 마당이 국도 바로 옆에 붙어있었다. 강아지가 다닐만한 곳은 아주머니 집 뒤편에 나의 부모님이 가꾸는 밭 아니면 국도 바로 옆 마당이었다. 가끔 강아지가 도로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애지중지하던 강아지도 로드킬을 당했던 터라 아주머니집의 강아지를 보면서 위험하단 생각이 들었었다. 첫 번째 로드킬 당한 강아지는 아주머니가 본인의 냉동고에 몇 달을 보관해 두었다고 전해 들었다. 후에 앞집 아주머니는 혼자서 가방을 메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냉동고에 있던 강아지를 묻고 왔다.
"간도 크제. 냉동고에 몇 달 동안 놔두다가 혼자 산에 가서 그걸 묻다니. 아이, 무시라(무서워)" 엄마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앞집 강아지 한 마리가 또 로드킬 당했다. 한 번 로드킬을 겪어봤으면서 또 그랬다니 "강아지를 잘 좀 돌보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 년에 몇 번 가는 친정인데도 갈 때마다 앞 집 아주머니는 강아지 이름을 부르며 통곡을 하였다. 누구나 죽음뒤에서 애도를 하지만 저렇게 몇 달이 지나도록 긴 기간 동안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통곡을 하는 것이 약간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골집은 띄엄띄엄 있어서 우리 집만이 아주머니의 목소리를 격하게 들어야 했다.
"똘아아아아아아아! "똘.흑흑.아아아아아!"
매일 그 소리를 들었을 부모님은 베란다 문을 닫으며 지긋지긋하다며 짜증을 냈고 나 또한 그랬다. 아주머니는 정원을 가꿀 때 자신의 집 바로뒤에 있는 부모님이 경작하는 밭의 흙을 가져가기도 했다. 돈을 주고 흙을 사서 밭에 뿌려났는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가져가는 등 앞집과 부모님의 사이는 그리 원만하지 못했다. 거기다 매일 통곡을 하시니... 하도 시끄러워 그 집 뒤 밭에서 아빠가 경운기를 틀어놓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가 우렁차기도 했지만 듣다 보면 무서워졌다. 시내에서 무슨 위원장까지 했던 사람인데 시골로 온 이유가 저것 때문이라는 소문을 들었다. 시내였다면 옆집사람이 경찰에 신고를 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받은 아빠가 말했다.
"저 여자 저것도 우울증이라는 갑더라."
아빠는 자신의 딸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실을 까먹은 사람처럼 남 얘기하듯 말했다. 나는 괜히 뜨끔했다.
친정집에 있어도 내 맘은 편치 않고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힘들어서 가기 싫다는 부모님을 졸라서 뒷 산을 다녀오기도 했으나 그마저도 땅이 질퍽해 몇 번 가기 힘들었다. 멧돼지와 고라니가 폭발적인 스피드로 달리는 걸 보았다. 혼자였다면 기절초풍했을지도 몰랐다.
어느 날은 살아남는 강아지 1마리와 함께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앞집아주머니를 산속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잦은 비로 인해 트램펄린마저 할 수 없게 되자 나는 방에 틀여 박혀 유튜브를 보다가 더 우울해지곤 했다. 계속된 비 또는 흐린 날씨 속에 내 마음은 안절부절못했고 친정에 있는 것도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 '템플스테이'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삼시세끼 밥을 주고 명상 등의 프로그램을 하다 보면 이 힘든 시기가 지나갈 것 같았다. 친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절이 있어 템플스테이에 대해 알아봤더니 하루에 8만 원이란다. 한 달을 끊으면 할인이 되어 180만 원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너~무 비쌌다. 절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우울증 등과 같은 질환이 있는 경우 미리 상담을 해야 한다고 적혀있었다.
아이도 가기 싫어했고 비용 때문에 나는 아이를 친정에 머물게 하고 혼자서 템플스테이를 하려고 했다. 자신의 엄마와 떨어져 있는 것이 더 싫은 아이는 어쩔 수 없이 절에 가겠다고 했다. 절에 와이파이가 빵빵 터져 게임과 유튜브 시청이 가능하다는 말을 해주었다. 돈이 많이 들어도 불안해하는 아이를 걱정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었다.
템플스테이로 400만 원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스러워 고민이 되긴 했으나 부모님께 템플스테이를 가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엄마는 돈 많이 들어도 할 수 있는 건 해보라며 자신이 비용을 대 줄 테니 거기가 괜찮으면 가라고 하셨다.
부모님 두 분이서 대화중 아빠가 한 말을 엄마가 내게 전해주었다.
"절에 갈게 아니라 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말씀하시더라며...
치매환자인 아빠의 말이 백번 옳았다.
템플스테이 갈 돈이면 병원에 입원하는 게 더 싸고 건강에 좋은 방향이었다. 병원에 전화해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병실이 꽉 차서 지금 당장은 자리가 없다고 했다. 절망스러웠다... 어쩔 수 없이 며칠을 기다렸다.
며칠 후, 병원에 잠깐 다녀오겠다며 아이를 친정에 두고 혼자 올라왔다. 곧바로 병원에 가서 의사를 만났다. 진료를 보는데 눈물이 '죽'하고 흐르기 시작했다. 티슈로 눈물과 콧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선생님, 이러다가 정말 돌아버릴 거 같아요. 입원하고 싶어요."
"네. 네. 입원합시다. 입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의 불안한 표정과 말투에 선생님은 바로 입원하자고 답해주셨다. 입원하자는 의사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멈추고 내 마음은 편안해졌다. 투정 부리며 우는 5살 꼬맹이에게 사탕을 쥐어줬더니 울음을 뚝 그치는 그런 기분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