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친정에 두고 혼자 올라왔다. 약을 타기 위해 병원에 잠깐 다녀온다며 거짓말을 했다.
"빨리 올 거죠?"라고 묻는 아이에게 빨리 올 거라고 말하고서는 다니고 있던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 가서 의사를 만났다.
지난번 처방한 '페니드'를 먹으니 식욕은 감소했는데 자살사고가 심해지는 것 같아 복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페니드 복용 외에 특별히 환경이 변한 게 없어서 자살사고의 범인으로 나는 페니드를 지목했다.
"이건 아닌 거 같아요. 선생님. 사람 사는 게 아닌 거 같아요. 돌아버릴 거 같아요. 자살사고 생각날 때 돌아버릴 거 같아요. 짜증이 자꾸 나고 숨이 답답해요. 살려주세요 선생님."
사탕 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는 아이처럼 입원하자는 의사의 말에 순간 안도가 되었다.
"선생님, 병실에 자리 있어요? 며칠 전에 전화하니까 없다고 하시던데... 오늘쯤 자리가 날 거 같다고... 코로나19 검사결과 기다리려면 내일 입원할 수 있는 거죠?" 가능하다면 당장 입원하고 싶었다.
"아니에요. 검사결과 한 시간이면 나와요. 오늘 입원할 수 있어요. 이번엔 전기치료 해봅시다"
마취를 해야 해서 입원을 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전기치료를 선생님은 제안했다.
누군들 입원하고 싶겠는가. 첫 번째 입원 시 내가 입원까지 해야 되는 상태라는 생각에 절망감이 컸다.
의사는 치료를 위해서 입원하는 건데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객관적으로 옳은 말을 했지만 당장의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나 또한 정신과 입원에 대한 편견을 마음속 깊은 곳에 가지고 있었다.
직장과 아이 걱정 때문에 불완전하게 첫 번째 퇴원을 했을 때, 두 번 다시 들어가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지난번 입원 시 병실에서 본 사람들처럼 건강이 좋지 않을 때마다 몇 번씩 입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내 입으로 또 입원이야기를 꺼내고 말았다.
예약입원이 아닌 갑작스러운 입원결정에 의료진이 분주해졌다. 코로나19 검사를 받았고 결과가 음성으로 나오고 나서 당일 입원이 결정되었다. 오후 2시에 입원가능하니 집에서 입원에 필요한 짐을 챙기고 집안을 다시 한번 점검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갑작스러운 입원 때문인지 2시가 넘어도 입원이 바로 되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날 입원 예정환자가 여러 명 있는데 거기에 나까지 갑자기 입원하니 간호사들이 바빴던 것 같다.
첫 입원 때 보호자의 역할이 내가 병원비를 내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병원비 연대보증을 하는 것 외엔 없다는 사실을 알고 굳이 바쁜 보호자를 데려올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돈을 미리 결제하면 되지 않나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입원 수속을 하는데, 보호자가 없다고 하자 원무팀 사무실에 가서 물어보라고 하였다.
원무팀 사무실에 가서 입원하려고 하는데 같이 올 보호자가 없다며 돈은 미리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무팀 직원은 백만 원을 미리 결제하였고 전산에 코멘트를 기재해 놓았으니 입원수속을 하라고 하였다.
'백만 원만 선결제해도 되나, 내가 나중에 추가 병원비 안내면 어쩌려고?'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적절한 선결제였던 것 같다.
대학병원은 보통 1달까지 입원이 가능한데 의사의 진단에 따라 입원기간이 길어질 수 있었다. 즉, 오래 있고 싶다고 무작정 오래 입원할 수 없었다. 대학병원의 입원 목적은 치료가 우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