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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도비 Dec 20. 2023

싱글맘이 데이트가 웬 말인가요

싱글맘이라 데이트가 말이 되는데요

격주였지만 아이들 없는 주말을 씩씩하게 보내고 싶었다. 그 와중에도 술 핑계로 실수하는 부류는 피하고 싶어 커피 모임에 들어갔다. 예고 없이 시작된 신상 파악에 깜짝 놀라 맘밍아웃도 못 하게 될 줄은 생각 못 했지만. 난생처음 애엄마 아닌 척을 하고는 충격이 너무 커서 고민 끝에 장렬히 탈퇴했다. 뜻밖에도 왜 나갔냐는 연락이 왔다.


곧장 싱글맘이라는 상황을 밝히고 사과했더니 그는 그럴 수 있다고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했다. 모임에 다시 오라고, 탈퇴자에게 따로 연락한 건 처음이라는데 그 말의 진위를 나로선 알 수 없었고, 예쁘네 어쩌네 하는 사실무근한 소리나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싶다는 그의 말은 해석이 필요 없었는데도 꼭 잘 모르는 외국어 같았다.


누군가의 아내로 십 년 넘게 살아서였을까. 동양인 페티시도 없는 사람에게서 이런 소리를 들으려니 적당한 반가움과 더불어 경계심이 생겼고, 에둘러 거절하자 번호를 재차 묻던 그는 자기 번호를 남겼다. 그리고 그가 내 취미와 식성을 파악하려는 동안 나는 이렇다 할 얘기도 나눠 본 적 없는 사람의 개연성 없는 적극성에 의구심이 들었다.


장점이 분명히 보였지만 다른 분을 대하는 모습에서 약간의 무례함을 발견한 바 있어 그 부분도 마음에 걸렸던 터였다. 그러다 다 같이 재즈 공연을 본 다음날 그가 내 쪽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는 내 이혼 사유가 궁금했고, 나는 그가 무슨 생각으로 뜬구름과 솜사탕 사이 그 어디쯤에 있는 말을 할까 궁금했으니 만날 이유는 충분했다.


단둘이 만나기는 처음인 식사 자리에서 내가 어쩌다 애 딸린 이혼녀가 되었는지 들은 후에도 그는 이혼은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었다며 별 문제 삼지 않았다. 자기는 괜찮단다. 그냥 이혼녀도 아니고 무려 애 둘 딸린 이혼녀인데.


아니, 결혼해 본 적 있어요? 뭐가 이렇게 쉽지?

결혼한 적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웃는 그의 모습에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어쩌자고 깃털처럼 가벼운 건지 갸우뚱하고 묻자 그는 조금 전보다 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이성적인 호감. 그것이 내 멍청한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었다. 애초에 재혼 얘기는 왜 물었나 싶을 만큼, 재혼할 뜻이 없다는 내 대답에도 그의 태도는 그대로였다.


커피는 다 식어도 시시콜콜한 대화는 이어져 예상에 없던 저녁을 먹으러 장소를 옮겼다. 바 쪽으로 앉은 자리에서 그는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그리고 다정한 아버지가 언젠가부터 어떤 여사님과 동거 중이신 것과 자신은 이제 그 여사님을 어머니라 부른다는 얘기를 했다. 조카랑 노는 게 좋다는 그는 가정적인 사람인 듯했다.


그렇게 점심, 커피에다 저녁까지 먹다가 이거 무슨 데이트라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던 차, 시계를 보니 어느새 내 꼬마들이 아빠집에서 돌아올 시간이었다.





그간의 사정이랄까요.

https://brunch.co.kr/brunchbook/mom-and-ki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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