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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커피 한 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

by 박종호


1


검갈색 보석들이

드르륵 갈리어 눈처럼 쌓인다.


단단하던 자존심도

반짝이던 윤기도

세월 처럼 단단한 무쇠 톱니에

곱게 갈리어

한 줌의 향기로 내려 앉았다.


잠처럼 평화롭고

사막처럼 고요하다


2


얇은 물줄기로

원을 그린다.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말을 건낼 때는

조바심을 내어서는 안된다.

천천히 친절하게


긴 침묵이 어색하다면

그대가 먼저 안녕하세요 혹은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해도 좋다


세월을 건너 지하에 닿은 빗물처럼

기다림은 그대에게 진갈색 성수를 내어준다.


3


나는 따듯한 성배을

양손으로 받쳐들고

내가 가진 가장

볕이 좋은 자리에 앉는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잠시

멈추었다 후-.


가만히

향을 맡는다.

천천히

한 모금을 머금는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향이다.

오늘은 그리운 사람을 만날 듯한 맛이다.


두 손으로

성배를 감싸고

그리운 온기를 느끼며


그렇게 한참

밖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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