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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의 작은 느낌들
<시> 커피 한 잔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
by
박종호
Aug 27. 2024
1
검갈색 보석들이
드르륵 갈리어 눈처럼 쌓인다.
단단하던 자존심도
반짝이던 윤기도
세월 처럼 단단한 무쇠 톱니에
곱게 갈리어
한 줌의 향기로 내려 앉았다.
잠처럼 평화롭고
사막처럼 고요하다
2
얇은 물줄기로
원을 그린다.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말을 건낼 때는
조바심을 내어서는 안된다.
천천히 친절하게
긴 침묵이 어색하다면
그대가 먼저 안녕하세요 혹은
잘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해도 좋다
세월을 건너 지하에 닿은 빗물처럼
기다림은 그대에게 진갈색 성수를 내어준다.
3
나는 따듯한
성배을
양손으로 받쳐들고
내가 가진 가장
볕이 좋은 자리에
앉는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고 잠시
멈추었다 후-.
가만히
향을 맡는다.
천천히
한 모금을 머금는다.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듯한 향이다.
오늘은 그리운 사람을 만날 듯한 맛이다.
두 손으로
성배를 감싸고
그리운 온기를 느끼며
그렇게
한참
창
밖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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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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