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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아 Jun 11. 2018

조지 버나드 쇼 - 피그말리온

"우물쭈물하다 이럴줄 알았지" 묘비명의 바로 그 사람

1856년 출생.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소설가, 비평가.
그는 영미문학에서 '셰익스피어 이후 최고의 극작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일반 대중들에겐 작품보다는 묘비명이 더 유명하다.

그래 바로 이사람,
"우물쭈물하다 이럴줄 알았지"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라는 찰진 마지막 대사를 남기고 이 세상을 뜬 사람이다.

그는 당대 인기많던 영국 희곡 무대를 주름잡던 최고의 극작가 중 한명이었다.
시대와 장소를 지금 그리고 한국으로 돌린다면...
김은숙 작가나 박지은 작가같은 스타작가인 셈.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희곡이 바로 이 '피그말리온'이다.
예술가가 자기가 만들어낸 작품과 사랑에 빠진다는 그리스 신화 '피그말리온 효과'에서 따왔다.

재밌는 것은 그리스 신화의 피그말리온 효과를 재해석하는 
19세기 영국 드라마의 해법이 지금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히긴스  난 저 지저분한 밑바닥 인생을 봉작 부인으로 만들겠어요
리자     (자기를 그렇게 보는 것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아- 아- 오우- 오우- 우!
히긴스  (흥분해서) 그래요. 6개월 안에, 만약 저 애가 예민한 귀와 빠른 혀를 가지고 있다면 3개월 내에, 난 저애를 어디에 데리고 가더라도 인정받게 만들 거예요.



이야기는 극의 형식을 그대로 따른다.
지문과 대사만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어떻게 연기했을까? 
더 과장되게? 아님 보다 현실적으로? 시끄럽게? 동작을 많이 넣었을까? 
연극 무대에서 음향 효과는 어떻게 줬지? 조명은? 무대에서 촛불을 사용했을까?
책 속에는 19세기 영국의 극장도 담겨 있다.

'피그말리온'은 길가에서 꽃을 파는 소녀를 발견한 두 귀족이 내기를 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저 미천한 소녀를 6개월만에 사교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숙녀로 만들어보겠다' 는 목표다. 

금수저인 미혼 남성 두명이서 
학교도 자퇴하고 햄버거집에서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생계를 유지하는 19살 고아 여성을 두고
'6개월만에 청담동 며느리로 만들겠다'는 내기를 했다고 치자. 
(이야기 속에 나오는 '숙녀'란 그런 의미다. 모든 부잣집 미혼 남성들이 사랑을 고백할만한 존재)

낯선듯, 익숙한 스토리 아닌가?
물론 요즘처럼 젠더갈등이 예민한 시기에, 이런 스토리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겠지만
못믿겠다면 지금 당장 텔레비전을 켜보시길.

중장년층이 많이 시청하는 일일드라마나 아침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미니시리즈도 마찬가지다.
권력과 부를 가진 남성이 주축으로 스토리는 흘러간다. 



히긴스  (사과 속을 확실하게 벽난로 망 안으로 던져 넣으면서) 쓸데없는 소리야, 일라이자. 파는 게 어떻고 사는 게 어떻고 하는 헛소리로 인간관계를 모욕하지 마. 네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면 결혼하지 않아도 돼.
리자    내가 다른 어떤 걸 할 수 있죠?



태어날때부터 정해졌던 19세기 사회의 신분과 재력,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결혼.
언젠가 들은 말이 있었다.
미스코리아 되고, 슈퍼모델 되고 하는거 다 부잣집에 시집가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보기 위해 했던 도전들이 
어쩌면 다른사람들 눈에는 그저그런 욕망 속에 발버둥 치는것처럼 보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두 사람의 장난같은 내기로 
송두리채 운명을 바뀌어버린 일라이자처럼.
일라이자는 더 나은 존재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로 정말 6개월만에 눈부신 변신을 해내고 만다.

그리고 그녀는 깨닫는다.
그녀가 그토록 노력해 닿았던 '숙녀'(LADY)는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왕자님을 만나지 않는 공주란 없으므로.

여러 사교계 남성들의 프로포즈를 받고 고민에 휩싸인상태에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외친다.

"결혼 말고 내가 달리 뭘 할수 있죠?" 
라고.

일라이자는 어떤 결말을 내렸을까?


© jadlimcaco,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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