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의 퇴사 소식을 접한 뒤로 나는 하루에 4번 퇴사를 말하고, 8번 부러워하고, 6번 퇴사하고 싶다고 남편에게 투정을 부렸다. 그럴 때마다, 세상 인자한 모습으로 "그럼, 프리는 내일 당장 퇴사해, 돈은 내가 벌잖아"라고 달래주는 남편에게 "아니야, 그럴 순 없어.."라며 흐린 답을 하고 고개를 숙인다. 물론 나는 퇴사할 생각은 없다. 이 일을 시작한 지, 이제 겨우 7개월 차가 되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정말이지 돈을 벌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냥 돈이 아니라 많은 돈이다. 아니 왜 뒤늦게서야 자본주의 사회의 상위계층이 되고 싶은 야망이 생긴 것일까. 나는 송 씨 집안에서 인정한(우리 가족 한정) 야망이 없는 사람이었다. 4번의 이직을 했는데, 어찌 된 것이 첫 직장에서 받았던 연봉이 가장 최고치의 연봉인 아이러니. 그럼에도 쨋든 꾸준히 일을 하고 있는 놀라움. 음, 나는 4차 산업혁명 자본주의 사회에 맞지 않는 인재가 아닌 것일까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말이다.
사실, 익명의 힘을 빌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친구의 <퇴사> 자체에 부러움을 느낀 것이 아니라, 친구가 곧 받게 될 퇴직금에 부러움이 터져버렸다. 이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친구의 가방 안 구석에 자리 잡은 지갑 속에 얌전히 누워있는 친구의 돈이 부러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돈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낫지, 돈을 좋아하는 건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을 하다가, 그래도 친구의 돈을 부러워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이 아닐까 싶었다. 이 생각을 계속한다면, 나는 부러움에 지구를 부수고 저세상으로 가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버렸고, 내 몸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부러움과 시기의 때를 씻어내기 위해 온몸에 물을 적셨다. 초ㅑ르르르. 따뜻한 온수에 몸을 맡긴 채 가만히 생각을 하던 순간.
나는 친구 인생의 한 장면 만을 바라보고 부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친구가 오랜 시간 회사에서 고군분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일한 시간과 노력은 생각하지 않은 채, 지금 당장의 퇴직금 금액만을 보고 부러워 동동 거렸던 것이었다. 아,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인가, 감추고 싶을 만큼 창피한 마음이 들켜버린 것 같아 서둘러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생각해보니, 친구의 돈이 너무 부러워서 곡소리를 낸다한들, 산신령이 나타나서 백만원 줄까, 오백만원 줄까라는 일이 일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 돈의 1/10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친구가 돈을 적게 번다고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닌 일인데말이다.
며칠 전에는, 상여금으로 거액의 보상을 받았다는 또 다른 친구의 말을 들었다. 내가 집에서 세 달은 꼬박 일해야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일단 겁나게 축하했다. 그리고 물론 부럽기도 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돈 한 장, 한 장에 진하게 베인 친구의 피땀 눈물을 아니까. 친구의 노력을 생각하면 박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 나라면 그렇게 하지 못했을 테니까. 이제는 친구의 돈이 더 이상 부럽지만은 않다. 아휴, 정말 다행이다. 그게 제일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