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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은 Jul 24. 2019

지금 시대 화가는  마케터다.

아름다움을 전하는 방식은 어떻게 바뀌었는가?

내가 생각하는 미술사는 사람들이 품은 '욕망의 역사'를 살펴보는 학문이다. 무엇이 아름다운가?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욕망이다. 미술사는 인간의 욕망을 연구하고, 그 욕망을 설명하고자 한다. 미술사는 인간의 신체, 기술, 멋, 디자인, 상품 속에 담긴 욕망. 그 모든 것을 탐닉한다.


마케터들이 얼마나 동의하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케터 역시 사람들의 욕망을 '관찰'하기에 과거 예술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마케터들은 사람들이 원하는 욕망, 라이프스타일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 혹은 서비스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종교 혹은 왕이 사회를 지배하던 시기의 최고 브랜드는 단연코 종교와 왕이었다. 종교가 전하는 아름다움. 왕과 그를 따르는 귀족이 전하는 그림, 조각은 그 시대 아름다움을 정의했다. 그 당시 미술작품을 경험하는 일은 사회를 지탱하는 아름다움을 보는 일이기도 했다. 아름다움을 제시하는 일은 권력이자 영향력이었다. 당연히 미술을 적극적으로 후원하는 이들은 권력자들이었다.


이와 다르게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최고의 브랜드를 갖는 기업들이 자본주의 사회를 지배한다. 최고 브랜드가 되는 순간 이익을 따라오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최고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 매 순간 싸운다. 기업들 매출의 근간은 개인들. 그 개인들을 사로잡아야 최고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당연히 기업들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사용한다. 기업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틱톡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실시간으로 싸운다. 페이스북 픽셀, 구글 애널리틱스, 믹스 패널, 앰플리튜드,  스티비, 메일 침프, 풀스토리, 인터콤 등 이들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 분석 도구들도 산적하다.


과거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은 다소 추상적이었다. 모호했고 난해했다. 왕과 귀족은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했고 그 그림이 찬사를 받으면 그는 시대를 이끄는 예술가가 되는 게 쉬웠다. 루벤스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물론 루벤스 본인 자체도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고객들인 귀족과 왕들이 원하는 그림을 무척이나 잘 그렸다.  마리드 메디치와 앙리 4세와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그린 연작 그림이 대표적인 사례다. 루벤스는 프랑스로 시집을 '가주는' 마리드 메디치의 모습을 그리스 여신처럼 묘사했다. 실제 마리드 메디치의 외모는 중요하지 않았다. 메디치가의 위엄을 그리스 신화로 표현해 ‘장엄함을’과 메디치 파워를 그림으로 풀어내는 게 중요했다.


루벤스를 마리 데 메디치를 그리스 여신으로 묘사했다. 출처:위키디피아.

물론 독보적인 실력으로 인정받은 예술가들도 존재한다. 그들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아름다움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미켈란젤로다. 그의 대부분 작품은 르네상스 시대의 정신을 관통한다. 르네상스가 무엇이냐? 미켈란젤로 작품을 보여주면 될 정도다.


“나는 돌에서 이미 완성된 작품을 본다"라고 이야기한 그는 단연코 천재였다. 그럼에도 그의 말년 작품 속 신체표현은 '문화, 예술 전반에 걸친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의 재인식과 재수용'이라는 르네상스 정신과 다소 거리를 둔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질문, 아름다움에 대한 회의, 찬사, 고뇌가 그의 말기 작품에서 두드러진다. 피에타 조각상과 시스티나 성당의 그림은 미켈란젤로라는 말을 하지 않으면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뿐만 아니라, 그가 생애 말년에 조각한 작품들은 그가 당시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묘사했는지 알려준다.


전성기의 미켈란젤로작춤속 신체묘사는 인생말기와는 사뭇 다르다. 출처: 위키디피아
최후의 심판에서 신체묘사는 전성기 그와 많이 다르다. 미켈란젤로 인생후반기의 페에타는 전성기의 피에타와는 많이 다르다. 출차:위키디피아.

하지만 미술사에서 나오는 주류 미술은  그 시대를 살아간 ‘다수의 사람들’의 삶과는 관계가 없다. 그림 대다수는 ‘권력자와 부자’들이 원한 아름다움이다. 그들은 자신의 권력을 합리화시키는 그리스 신화 같은 그림을 좋아했다. 바로크 예술이 대표적이다. 바로크 미술은 그 당시 권력을 강화하는 선전도구로 사용되었다. 이탈리아에서는 종교 강화, 프랑스에서는 왕권강화, 스페인에서도 왕실을 위해서 쓰였다. 정물화와 일반 초상화가 예술로 인정받는 거의 유일한 지역은  권력과 종교에서 자유로웠던 플랑드르 지방만이 유일했다.


태양왕이라고 불린 루이 14세는 미술에 엄청난 후원을 했으며, 왕권 강화를 위해 예술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프랑스 미술은 유럽을 이끌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뛰어난 크리에이터의 아이디어에 의존해 커다란 마케팅 캠페인을 하는 모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미술은 오로지 상위계급만의 전유물이었다. 사람이 서는 위치가 달라지면 보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이 몰락했다. 그 자리를 당시 신흥 사회 지배계급인 프랑스 부르주아들이 차지했다. 사회 지배계급이 된 그들도 왕족과 귀족들이 좋아한 그림을 선호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권력은 왕족에서 부르주아로 옮겨갔지만 미술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고전주의가 다시 부활했다. 푸생이 기반을 잡은 예술관은 혁명을 지지하기 위한 예술의 밑바탕이 되었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미술은 오로지 상위계급만의 전유물이었다. 사람이 서는 위치가 달라지면 보는 것이 다르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프랑스 대혁명 이후, 프랑스 왕족과 귀족들이 몰락했다. 그 자리를 당시 신흥 사회 지배계급인 프랑스 부르주아들이 차지했다. 사회 지배계급이 된 그들도 왕족과 귀족들이 좋아한 그림을 선호했다. 프랑스혁명 이후 권력은 왕족에서 부르주아로 옮겨갔지만 미술은 여전히 그대로였다. 고전주의가 다시 부활했다. 푸생이 기반을 잡은 예술관은 혁명을 지지하기 위한 예술의 밑바탕이 되었다.

테오도르 제리코가 ‘메두사호의 항해’를 그렸을 때 부르주아 계급은 그의 그림이 프랑스 사회를 비판한다고 생각했기에 싫어했다. 반면에 들 라크루와가 그린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은 그리스 신화 요소를 차용해 '혁명정신'을 묘사했기에 극찬을 받았다. (프랑스 대혁명이 아닌, 그 이후 7월 혁명이다.) 물론 그 이전에는 다비드가 그린 '호라티우스의 형제의 맹세'가 있었지만 말이다. 오랜 시간 동안 미술은 ‘역사화, 신화’라는 재현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푸생의 주장은 20세기 초까지 계속 프랑스를 지배했다.

혁명의 당위성을 위해 사용된 호라티우스 형제의 맹세. 출처: 위키디피아.


데이터로 찾아내는 아름다움.


궁정화가 혹은 소수의 천재들이 아름다움을 표현하던 시대는 끝났다. 왕족, 귀족, 부르주아 즐의 취향을 반영한 아름다움이 주류인 시대도 끝났다. 또한 광고천재들이 광고 캠페인 한방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아름다움을 대대적으로 전하던 시절도 끝났다. 오히려  ‘아름다움’이라는 넓은 범위의 단어는 ‘취향’으로 보다 더 명료해졌다.


이제 '아름다움'은 수치화가 가능하다.  직관적으로 아름다움에 다가가던 시대도 끝났다. 사람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찾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오로지 ‘주류’를 위한 아름다움은 없다. 이제  ‘주류’는 끊임없이 바뀐다. 이제 화가들이 아닌 마케터들이 '아름다움'을 담당한다. 모든 기업마다 중요시하게 여기는 '퍼넬 지표'가 있다. 전환율, CAC, ROAS, 도달률, 이탈률, CTA, SEO, SEM, MAU, DAU 등을 비롯한 단어들은 '퍼넬 지표'를 측정하는 중요한 용어다. 이 용어들은 기업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에 사람들이 알마나 반응하는 알려주는 데이터가 된다. '구독률'이 될 수도 있고 '가입자수'가 될 수도 있다.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삼는가? 는 이제 매우 중요하다. 출차: unsplash

’ 좋아요’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좋아요 이면에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다. 페이스북 픽셀, UTM, GA추적 코드를 통해 사람들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마치 석유 시추하듯 데이터를 시추한다. 시추한 데이터에 근거한 가설을 빠르게 테스트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열망하는 무언가가 나온다. 가설이 틀려도 괜찮다. 가설을 다시 수정해서 테스트하면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찾아낸다. 회사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의 전환. 게다가 그 고객은 회사 제품을 충분히 사용하고 감동할만한 특정 타깃이다. 이게 핵심이다.


사람들이 얼마큼 자사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하는가가 중요하다.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  그 자체가 회사가 제공하는 아름다움(제품, 서비스)이다. 제품은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가 구현된 것임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페이스북의 그로스팀은 인도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 인도인의 생활방식 등을 면밀하게 분석했고 기존 페이스북 어플이 인도에서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크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반영해 페이스북 라이트, 메신저 라이트를 출시해서 인도시장에서 이용자를 끌어올렸다.

페이스북 라이트, 메신저라이트는, 인도시장을 겨냥해서 만들었다. 출처ㅣ 페이스북


사람들은 브랜드가 취향을 소개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데이터에서 추출한 결과물이다. 이게 바로 이 시대의 아름다움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수행하는 마케터, 데이터 분석가, 퍼포먼스 마케터, 기획자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 화가들이다. 끊임없이 데이터와 가설을 확인하고 사람들이 가진 욕망을 구체적으로 터져 나오게 해야 하는 일. 이게 궁극적인 목적이다. 그 목적의 대가는 매출이다.


이제 아름다움은 기획으로 변했다. '라이프스타일 제안= 취향'이라는 제안이다.

지금 시대는 ‘아름다움’을 제시하지 않고 찾아낸다. 본질적으로 과거와 전혀 다르다. 아름다움을 찾아내기에 권위가 없다. 그래서 상위와 하위문화가 자연스럽게 섞인다. 오히려  그 찾아낸 모습을 사람들에게 ‘제시하는 모양새’만 취한다. 이는 '밈'이라는 말로 온라인에 퍼지기도 한다.


'어제까지의 세계'에서 사람들은 누군가 욕망을 터트려주기를 바랐다. 아름다움을 제시받기 원했고 그게 아름다움인 줄 알았다.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 건 예술가들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욕망을 터트려주기 위해 존재했다. 이제 사람들은 미술전시회를 놀이터처럼 생각한다. 전시회에서 사진을 찍고 소셜미디어 포스팅하며  전시회 그 자체를 즐긴다. 미술은 더 이상 욕망을 제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취향을 짚어주는 매체로 계속 변하고 있다.


앤디워홀과 뱅크시는 자본시대의 모습을 실라하면서도 동시에 재치있게 전한다. 출처: 위키디피아.

이제 사람들의 욕망을 표출하고 찾고 제시하는 일은 브랜드가 한다.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스냅챗, 브런치, 미디엄, 트위터, 클럽하우스를 통해 글, 사진, 이미지, 영상, 음성을 통해 자신의 욕망과 가치관을 스스로 들어낸다.  집에서 편하게 배달시키고 싶은 편안함. 자기 전에 주문한 제품이 아침에 도착하는 편리함. 필요할 때 만 사용하는 자동차 등.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감정을 이제 브랜드가 담당하고 구현한다. 인류 역사상 이런 시절은 없었다.


이제 예술가들은 지금 사회가 놓치고 있는 가치를 짚어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도 변했다. 자본주의에서 사람들이 잃어버린 가치들. 오히려 사회균형을 위한 철학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역할이 지금 시대 예술가에게 주어인 소명이다. 물론 과거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예술가등은 종종 있었지만 요즘만큼은 아니다. 갤러리가 없어도 소셜미디어, 비핸스 같은 플랫폼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작품을 전할 수 있다.


기업의 욕망이자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결정체는  제품과 서비스다. 이제 욕망의 흔적을 찾는 이들은 마케터들, 기획자, 창업자들이다. 이제 모든 사용자 경험 중심이 소수의 전문가에 대중으로 옮겨왔다. 전문가와 대중, 수용자와 공급자 간 경계선이 사라졌다. 많은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점자 자사의 서비스를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위한  진입장벽을 낮추는데 24시간 힘을 쏟고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실제 결과물에 바로 적용하는 민첩함.  생각을 손에 잡히는 결과물로 연결하는 이들의 역할은 앞으로 더 커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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