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어스름히 노을이 지려고 해요.
까만 밤에 아파트 불빛들이 반짝이던 계절이 지나,
파란 하늘과 그 위에 빨간 물감 수채화 그림이 펼져져요.
집앞에 생긴 붕어빵 가게도 어느새 문을 닫았어요.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붕어빵이 있나 없나 확인하던 일도,
슈크림과 팥 붕어빵을 섞어 들고가던 봉지도 끝이네요.
겨울이 지나가고 있나봐요.
아직 봄이 오지 않았지만
겨울이 품고 있는 차갑고 그래서 따끈한 맛이 사라지고 있어요.
빈손으로 들어가기 더 아쉬워지는 퇴근길이에요.
오늘도 역시 익숙한 풍경으로 들어와 아파트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저 멀리서 빨간 불빛 2개가 보여요.
일본 선술집 같은 두 개의 홍등 조명 있잖아요.
나도 모르게 이끌리듯 붉은 불빛으로 다가갔어요.
타코아끼다.
사람들이 한두명씩 서있었고, 앞에는 메뉴가 있었어요.
오리지널, 갈릭, 청양치즈, 불닭마요
고민을 하다 두가지 맛, 오리지널과 갈릭을 주문했어요.
조금 오래 걸린다는 사장님의 말에 다시 고민을 했지만
오랜만에 한 손에 무언가를 들고 집으로 들어갈 생각에 이미 신이 난 거 있죠?
나 말고도 아쉬웠던 사람이 많았는지 이미 옆에서는 타코야끼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휴대폰을 보면서 기다리는 사람,
타코야끼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서 기다리는 사람,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하며 기다리는 사람,
나는 그 사람들을 보며 기다렸어요.
일본거리 같았어요.
내 차례가 되었어요.
따끈하면서 달큰하고 짭쪼롬한 타코야끼 냄새가 나요.
지금 여기 타코야기를 들고 있는 순간 만큼은 정말 일본에 온 것 같아요.
비록 내일도 출근인 신세지만요.
아주 잠시, 잠시는 다녀올 수 있잖아요.
그도 같이 데려가야겠어요.
먼저 퇴근한 남편에게 선물로 흰봉지를 내밀었어요.
그는 웃으면서 집에 맥주도 있다고 했죠.
오늘은 타코야끼와 함께 맥주를 마셔야겠어요.
집앞에서 편하게 타코야끼를 먹으면서 잠깐의 일본여행을 다녀와요.
그리고는 바로 우리집 침대에 누울 수 있다니
더할 나위가 없어요.
우연히 만난 푸드트럭은 어른들의 선물트럭이죠.
어른이 되면 산타할아버지가 없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푸드썰매 덕에 크리스마스보다 더 자주 기대하게 돼요.
오늘은 집앞에 어떤 게 와있을까?
순대, 계란빵, 소바, 군고구마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 기다리게 되는 트럭.
어른의 간식은 밤휴식을 더 달콤하게 해요.
오늘밤, 수고한 나를 위한 한입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