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내어주는 일
하고 싶은 일은 많은데 시간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이다. 내 시간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걸까? 발이 있어서 어디로 간 거라면 부디 멀리 가지 않았길 바라본다. 시간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 보자, 답을 찾았다. 나, 이제 내 시간을 함께 공유할 존재가 생겨버렸구나.
혼자일때는 퇴근하고부터 온전히 내시간이었다. 연애를 할 땐. 데이트를 하고, 그 데이트가 아쉬워 같이 살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 시간에 모두 그가 있었으면 하는 거다.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서부터 삶은 많이 달라졌다. 퇴근 후 내 시간이던 시간은 우리의 시간이 되었고, 그의 시간도 나에게로 와서 우리의 하루가 되었다. 조용하고 적막한 저녁 대신 서로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밤이 찾아온다. 아주 좋다. 매일 밤 자기 전 나누는 대화, 각자의 소음이 뒤섞여 채워지는 오늘은 늘 아쉽다.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는 건, 시간을 내어주는 일 같다. 나의 가장 소중한 것, 시간 말이다. 그 시간에 고마움도 쌓고, 서운함도 남기고, 애틋함도 느낀다.
가장 소중한 나에게 시간을 내어줄 때
아주 가끔 집에 혼자 있게 되는 날이 있다. 남편이 없이도, 남편과 하던 루틴을 혼자 한다. 밥을 먹고,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남편이 하는 것처럼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생각하냐고. 혼자인 시간에도 그가 늘 묻어 있지만 내 시간은 금세 익숙해진다. 한동안 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갑자기 쉽게 풀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게 되기도 하고, 왜 저녁에 더 살아나는지도 느껴졌다. 저녁이 되면 그제서야 나는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피곤하다가도 살아나는 거다. 그렇다면, 오히려 반대로 그 시간을 늘려주기 위해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더 수월해지는 것이다.
가끔 답은 조용한 시간에 찾아온다. 가장 소중한 나에게 시간을 내어줄 때만 받을 수 있는 선물이다. 나만 들을 수 있게 작게 속삭여준다. 슬금 힌트를 던져주고 사라지는 나의 고마운 시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너무 좋다.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를 만큼.
가장 소중한 나와 보내는 시간도 너무 좋다.
시간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만큼.
함께인 시간 속에 혼자인 시간은 더 좋다.
외롭고, 슬프기보다 더 소중하니까.
혼자를 잘 보낸 우리는 더 행복하니까.
모처럼 조용히 있는 시간.
좋다.
여행지 말고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