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후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있다가
글감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렇지만 너무도 일어나기 싫다.
이와중에 기특하게 떠오른 글감을 놓치기도 싫다.
나는 노트북을 꺼내어 침대 위에 펼친다.
그리고 머리를 들고 일어나려다 다시 눕는다.
'왜 앉아서 써야하지?'
반항이라도 하는 마음이 아니라,
그저 나른한 상태로 나는 몸이 시키는대로 누워서 노트북을 펼친다.
자세가 상상이 안된다면, 친절히 설명을 들어보길 바란다.
누워서 일단 노트북을 배위에 얹는다.
노트북을 펼치고 전원을 킨다.
모니터를 자세히 볼 수 있게 앞으로 당긴다.
타이핑을 하다 안되면, 옆으로 노트북을 침대위에 놓는다.
몸을 침대 바닥으로 엎드려 노트북을 쓴다.
나는 탄력을 받아서
먹고 싶은 과자와 음료를 가지고 침대로 왔다.
조금만 움직여도 쏟아질 듯 하지만 절대 개의치 않고 침대 위에 모든 걸 올려놓는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과자를 먹으며 엎드려서 책을 보는 거다.
너무 게을러 보인다고?
이제 회사에서도, 유치원에서도 점점 자유로운 자리를 허용하기 시작한다.
창의력과 자율성으로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오히려 한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는 것보다
누워서 책을 보거나, 동굴 속으로 들어가 읽거나, 다락방에 올라가 읽거나
다양한 포즈로 읽는 게 더 재밌다.
내맘대로 누워서 모든 일 하기,
한번쯤은 너무 좋지 않나.
우리가 평소에 가장 많이 하는 행동이 앉아있기다.
성인 하루평균 9시간 정도를 앉아서 생활한다고 한다.
누워서 자는 시간보다 우리는 더 많이 앉아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더 바른 자세로 앉기를 강요받는다.
허리를 위해서, 척추를 위해서, 밸런스를 위해서
바르게 올곧게 앉아야 한다.
언제부터 이렇게 앉아있게 된 걸까?
걷지도 못하고 몸을 가누지도 못해 누워만 있다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놀이터에서 뛰놀며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어린시절을 보냈다.
학교에 가면서부터, 학원에 가고,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대부분 앉아서 모든 것을 한다.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할 때도,
중요한 업무를 처리할 때도,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때도,
거의 앉아있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앉아있는 시간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원래라면 글을 쓰는 지금도 앉아있어야 한다.
글을 다 쓰고 나서도 거실에 가서 쇼파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 전까지 침대에 앉아 휴대폰을 보겠지.
오늘의 나는
엄마가 등짝 스매싱을 해도,
미래의 내가 청소를 해야한다고 해도,
남편이 신기하게 쳐다봐도,
누워서 모든 걸 할 거다.
누워서 에브리띵.
눕방 대신 눕띵.
내 안의 카타르시스가 나른함과 더해져
너무도 평온한데 짜릿하다.
가끔 일상의 작은 금기를 깨어보는 것,
다시 또 바르게 돌아갔을 때 느껴지는 새로움을 선사해준다.
오늘만큼 누워서 에브리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