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서 가장 좋아하는 풍경
우리집 앞에는 기차가 지나간다.
칙칙폭폭
기차가 지나다닐 때마다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저 안에 탄 사람들은 어디로 갈까.
미루고 미루다 올해 첫 휴가를 떠나는 걸까.
갑자기 어젯밤에 떠나야겠다는 생각에 혼자 여행을 가는 걸까.
보고 싶었던 아이들을 보러가는 걸까.
몸은 기차에 있지만 회사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출장 출근길인 걸까.
괜히 혼자 기차에 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이유가 뭐가 됐든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람을 보면,
아니, 떠나는 사람을 실은 기차를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지금 나는 늘 똑같은 일상에 서있지만
지나가는 기차를 보면 어디론가 떠나는 것 같아서,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아서 좋다.
마치 여기로 여행을 떠나온 기분 같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짧지만 좋아하는 풍경이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다리 위에서 초록 사이로 지나가는 기차다.
나만의 사진전을 연다면 가장 먼저 걸릴 작품이다.
기차가 지날때마다 나는 프레임을 씌운다.
평범한 일상에 나만의 액자를 건다.
흔해보이는 일상도 작품이 된다.
여행을 가면
우리는 그곳의 이방인이 되어
살고 있는 사람들이 지나치는 일상의 아주 작은 골목,
표지판, 버스, 택시, 심지어 쓰레기통, 지나가는 고양이까지 사진을 찍곤 한다.
그들에게는 매일 보는 풍경이지만 우리에게는 아주 특별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바다에 사는 사람에게 바다는 늘 익숙한 생업의 곳이지만,
바다를 보러 온 사람에게 바다는 낯설지만 늘 그리운 곳이다.
두고두고 보려 이쪽 저쪽에서 다양하게 바다를 담아본다.
일상에 지쳐 숨이찰 때면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가슴트이게 너른 바다를 눈에 담고, 마음에 넣는다.
내가 살고 있는 일상도 마찬가지다.
떠나고 싶은 쳇바퀴 같아도
누군가에게는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새로운 곳이다.
오늘도 프레임을 씌운다.
프레임이라는 말이 때로는 나쁜 말로 쓰이지만
일상에 프레임만 씌우면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 된다.
매일 보던 변기를 작품으로 만들어 놓은 것처럼
나는 오늘도 프레임을 씌운다.
나의 흔하고 지루하고 평범한 순간에.
결코 흔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고 평범하지 않게
특별하고 낯설고 소중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