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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인간 Nov 10. 2021

단풍 위에 내리는 첫눈을 보며 한 생각들


 거실 베란다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면 나무가 우거진 공원이 보입니다. 분명 매일 보는 풍경인데도, 간혹 그 풍경들이 급작스럽게 변화한 것만 같아 당혹스러울 때가 종종 있습니다.


벚나무에 봉오리가 피어오르는 것을 인지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비를 내리고 있다던가, 나뭇잎 군데군데가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을 보고는 얼마 되지 않아 바닥으로 떨어져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을 때처럼 말이죠.  

   



그러고 보면 벚꽃과 단풍은 매년 내 옆을 찾아오는데, 나는 아둔하기 그지없이 바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학창 시절에는 계절에 따른 자연의 변화에 관심이 없었고, 대학생 때는 벚꽃과 단풍이 한창일 때 시험 기간과 맞물려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직장에 다닐 땐 회사와 집을 오가며 바쁘게 지내다 보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2년 전 공원이 보이는 지금의 집으로 이사 온 후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달라지는 나무를 보며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을 마주합니다. 자연에서 인간은 잠시 세 들어 살뿐인데, 지금껏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나무를 심고 자연 지켜왔다고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럽네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매년 돌아옵니다. 매년 기에 특별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지만, 우리는 어김없이 벚꽃과 강렬한 태양 그리고 단풍과 첫눈을 기다립니다.

잠시 스쳐 가는 것이기에 매년 보는 풍경들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고자 시간을 내어 꽃놀이를 가고, 단풍놀이를 가고, 여행을 합니다.


뚜렷하지만 짧게 머무는 계절처럼 우리도 지구에서 잠시 스쳐 가는 인연들입니다. 짧은 인생을 재미없게 흘려보내는 것보다 단 한 번이라도 불꽃을 반짝이는 삶을 살았으면 합니다. 1년을 준비하고 기다려 잠시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단 한 번의 반짝임을 위해 시간을 꽤 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빛 한 번 내지 못하고 스러져가는 인생들이 많을 테니까요.   


  

오늘 아침에 눈이 왔습니다. 매년 보는 눈이지만, 첫눈은 항상 설렘을 안겨줍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든 단풍 위에 하얀 눈이 내리는 걸 보니, 그 풍경이 매우 오묘합니다.

아직 가을이 떠날 채비를 하지 않았는데, 겨울이 들이닥쳐 이 세상은 이제 내 것이라고 선포하는 듯합니다. 습기를 머금은 낙엽이 바닥을 나뒹굴며 질퍽입니다.

이제 가을이 퇴장할 때가 된 것 같군요. 아쉽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내년에 또 만날 수 있겠죠.


혹시 아직 내 인생이 반짝일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민인가요?

기회는 매년 반복되는 계절처럼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직 발견을 하지 못했거나, 잡을 방법을 모르는 것일 뿐이겠죠. 아쉽지만 걱정하지 말아요. 곧 또 만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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