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오늘도 지하철에 책상을 만들고 앉았습니다. 지하철에 저만의 책상이 생겼습니다. 제 주변에 글을 쓰는 사람은 아직 본 적 없습니다. 지하철 책상에서 글을 쓰는 게 여전히 불편합니다. 책상이 좀 높았으면 좋겠지만 높이 조절이 안 되는 인체공학 책상입니다. 다리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장판은 닫혔습니다.
제 책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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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잠을 자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옆자리 사람이 바뀌고 책을 봅니다. 왼쪽 분은 종이책 오른쪽 분은 킨들로 책을 봅니다. 오랜만에 만난 풍경입니다. 그 풍경 속에서 저는 글을 씁니다. 저만의 글 쓰는 세상으로 잠시 여행, 피난을 갑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주변의 모습은 사라지고 수첩과 펜만 보이는 듯합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임산부와 노약자 분이 앞에 서서 자리를 양보해야 되는 때도 있습니다. 오늘은 그냥 계속 글을 쓰면서 갔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 딴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대출이자, 학원비, 병원비, 공과금, 밀린 프로젝트, 미운 놈, 고운 놈, 18년 만에 당첨된 경품은 언제 오나, 직장 관두면 뭐 먹고사나, 어떡하면 글을 잘 쓰나, 어깨는 언제 낫나. 걱정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못합니다. 알고는 있어도 잘 안됩니다.
오늘을 꽤 길게 썼는데 아직 반도 안 왔습니다. 다시 더 써봅니다. 글을 쓴다는 게 인생 같습니다. 처음 쓰기 시작할 때 무엇을 쓸까 고민했는데 이렇게 길게 쓸 줄 몰랐습니다. 어떤 때는 괜찮은 주제로 시작해서 조금 쓰다 보면 쓸 내용이 마법처럼 사라집니다. 글쓰기, 인생 다 마음먹은 대로 안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