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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얼마만큼의 짐이 필요한가

바프와 함께 제주도로

6월 30일 새벽 5시, 바프와 함께 제주도로 떠난다. 태양이 작열하기 시작하면 속도를 내기 어렵고 자주 쉬어야 하므로 새벽에 가능하면 멀리 가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다.


며칠 전부터 필요한 짐을 챙기고 이제 본격적으로 짐을 싼다. 짐이란 기본적인 옷가지, 미사도구, 세면도구, 정비도구, 노트북과 메모장, 신발, 모자, 베개, 구급약 및 비상식품 등이다. 옷 한벌, 양말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서 넣었다가 뺐다가 하면서 짐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인생에는 얼마만큼의 짐이 필요할까?


각 물건마다 필요가 있고, 있으면 편하고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물건이 있을테고, 포기하고 싶지 않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씩 챙기다 보면 짐은 어느새 한 트럭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것이다. 물건이란 그런 것이다. 가지면 가질수록, 쓰면 쓸수록 마음에 더 큰 애착을 불러일으키는 것.


결국 짐싸는 과정은 꼭 필요할 것 같은 생각과 그것을 끝까지 제 몸에 지고 가야하는 어려움 사이에 있다. 꼭 필요할 것 같은 것도 생각해 보면 전혀 필요없는 것이 있고, 불필요한 것도 있으면 아주 유용한 것이 있다. 


결론은 적게 싸고 가벼울수록 좋다. 모든 것이 짐이다. 짐은 무게고, 무게는 고통이다. 극기훈련이 아니라면 될수록 가볍게 떠나야 한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다보면 나중에는 손목 시계, 머리에 쓴 모자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온다. 하물며 아이팟이나 썬글라스는 말해서 무엇할까? 본질적 달리기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미련없이 두고 떠냐야 한다.


인생에 얼마만큼의 짐이 필요한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욕심을 버리고 최대한 가볍게 떠나야 하고, 선택한 짐은 끝까지 져야 한다. 짐을 최소화하고 본질적인 것에 더 초점을 맞춘다면 좀 더 자유로운 방랑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풍 가기 전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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