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묵상
며칠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통 왔다. 낯익은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알아차리는데 시간이 걸린 것은 한번도 전화 통화를 한 적이 없는 목소리이기도 했지만 일년 반이란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기도 했다.
의흥공소에 계신 그분은 '그냥' 전화했다고 하셨다. 종종 그런 전화를 받아서 안다. 그냥 목소리를 듣고 싶어 걸었지만 전화기 너머에서는 눈물 짓고 있다는 것을.
기력이 쇠해져 사는게 힘들고 걱정은 여전히 많아 때론 그냥 전화하는 분들, 군위성당을 떠난지 일년 반이 되었지만 여전히 마음이 짠하다.
떠난 뒤에야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사랑하지 못한 사람, 용서하지 못한 사람만이 아니다. 사랑하고 용서했지만 더 사랑하고 더 용서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함께 있을 때는 당연했던 것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나서야 '그 사랑'을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 사랑은 이렇습니다.(1요한 4,10)"
오늘 독서 말씀을 들으니 아~ 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 말씀은 내가 군위성당을 떠나며 한 마지막 강론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왜 그리도 바쁘게 잊고 살았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며칠 전 전화가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뒤늦게 깨닫는 것들이 있다.
있을 때 잘할걸,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내 고맙다고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말할걸...그런 것들.
예수님은 말씀하신다. 마지막 한닢까지 다 갚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한다고. 이 말씀은 불가능한 일에 대한 요구가 아니라 우리 성향과 습관을 거슬러 한걸음 더, 한마음 더 내어주라는 가르침이 아닐까. 그럴 때 마지막 한닢까지 내어줄 수 있을테니까.
자신에게 메이지 않고 타인에게로 조금 더 방향을 틀 때, 내 것을 조금 더 포기할 때, 그도 아니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내어줄 때 '그 사랑'은 살아날 것이다.
이 아침 옛사랑에 마음이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