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문영 Sep 26. 2024

팍팍함

참지 못하는 감정

1년 전:  보험 가입 전
보험 가입 후 오늘

보험료가 부담이 되어 가입 일 년 만에 담당 FC에게 문의를 했다. 단답형의 성의 없는 대답이 순간 짜증이 났다. 작년 이맘때 나는 이 사람 연락에 시달렸고 상술에 넘어가서 결국 보험 가입을 했었더랬다(필요하다 싶긴 했었다).


가입만 하면 세세하게 잘 챙겨 주겠다던 사람이 당연한 거지만 그 흔한 명절 단체 인사 메시지도 없었다.  가입 전엔 하나를 물어보면 열을 대답하던 사람이 가입 후엔 하나도 싫어서 고객상담센터 번호를 준다.


괘씸했다. 나도 결국 참지 못하고 팩트를 날렸다.


[그런데 저를 대하시는 태도가 가입 전과 너무 다르시네요.]


이분 말로는 카톡이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단다. 나는 응수했다.


[가입 전에도 보통 카톡으로 대화했었죠.]


죄송하단다. 갑자기 내 상품을 들여다보더니 앞에서 한 설명을 뒤집는다. 착각했단다. 항의를 하니 성의를 보인다는 생각에 씁쓸했다가 항의에 성의를 보여주기라도 하는 것이 고마웠다.




팍팍하다. 교육비나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데 월급은 제자리다. 더 줄일 게 없어 보이는데 더 줄여야만 한다.  그래서 보험료라도 줄여 볼 생각이었다. 이렇게 사는 게 맞나. 팍팍하고 여유 없음에 가뜩이나 서러운데 천대는 화가 난다.  


사람이 누구나 그렇다. 필요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이 굴지만 필요 없어지면 쌩이다. 오죽하면 토사구팽이란 사자성어가 있겠는가. 원래 그런 거라는 걸 알면서도 결국 참지 못하고 불편하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나도 사람에게 너그럽지 못한 것이다.


며칠 전에는 엄마가 처음으로 내게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 토로하셨다. 나는 내색은 안 했지만 부모님을 뒷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진짜 힘들면 손 내밀면 되지.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 모른 척하시겠어.라고 생각했는데 부모님의 형편도 정말 좋지 않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뒷배가 사라졌다. 큰일 났다. 엄청난 물질주의 세계에서 나는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 


아직까지도 부모님을 뒷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내가 한심하다. 이미 연로해지셔서 병원비로 몇 백씩 쓰시는 걸 알면서 모른 척했다. 어떻게 도와드릴 형편이 아니었다.


잘 사는 사람이 참 많은데 나는 왜 잘 살지를 못하나. 어렸을 때 여유를 부리지 말걸 싶지만 이제 와서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물론 세상엔 나보다 어려운 사람도 많다. 안다. 지금도 충분히 감사한 환경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팍팍하기만 하다. 감사함만 보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 


이제라도 모든 걸 소중히 여기며 아끼는 태도를 가져봐야겠다. 팍팍함을 벗어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듯하다. 팍팍함을 벗어나야 사람을 대할 때도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주 솔직히 인심이 나올 곳간을 마련하고 싶다. 퇴근길에 로또나 사야겠다. 


                                                                                                                                                    2024. 9.26.

이전 13화 오해와 진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