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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cis Lee Sep 28. 2020

발트해와 함께한 역사의 대학도시 로스토크

독일 10대 명문 대학도시 시리즈


인구 20만 명의 로스토크는 구동독지역의 발트해 연안에 있는 독일 4대 항구도시로 일찍부터 무역이 발달한 곳이다. 사실 함부르크, 브레멘/브레머하벤과 빌헬름스하벤은 모두 북해에 있는 항구이기에 발트해만 놓고 본다면 유일무이한 항구이다. 도시 중심은 바르노프강(Warnow) 서쪽에 위치해 있다. 강 동쪽은 항구와 산업단지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삭막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발트해 해안의 도로를 따라 동북쪽으로 가다 보면 포어포머리쉐 보덴란드샤프트(Vorpommerische Boddenlandschaft)라는 이름의 국립공원이 나온다. 바다 경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 보아야 할 것이다.     


로스토크대학교(Universität Rostock)는 구동독의 동해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다. 학생 수는 13000명이고 교직원은 2900명으로 도시 크기에 비해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10개 학부에 100개 학과가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학교 가운데 하나이다. 무엇보다도 이 대학교는 산학협력이 잘 이루어지는 것으로 유명하며 특히 생명공학, 의학, 나노기술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고 있다. 또한 당연히 생태학과 해양학 분야에서도 독일에서 거의 정상급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이 대학교는 2007년부터 학제학부(Interdisziplinären Fakultät)를 개설하여 4개 분야의 학제적 연구를 촉진하는 사업을 시작하여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 분야는 생명공학(Leben, Licht und Materie), 해양학(Maritime Systeme), 인구학(Altern des Individuums und der Gesellschaft), 지식산업(Wissen – Kultur – Transformation)이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이 대학이 자랑하는 것은 바로 199년에 지어진 새 학생식당(Mensa)이다. 이미 여러 차례 우수한 학생식당 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그 맛과 시설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취업과 직결되는 공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로스토크대학교에 입학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원래 이 대학교는 1419년 요한 4세 공작과 알브레흐트 5세 공작이 세웠다. 교황의 인가를 받아 개교할 때에는 중세의 다른 대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법학과와 의학과 그리고 철학과를 두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1433년까지 여러 가지 이유로 그 당시 당연한 학과인 신학과는 두지 않았다. 15세기에 이르러 학생이 400-500명에 이르렀는데 이때에 이미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많은 학생들이 이 대학교로 유학을 왔다. 그런데 1437년부터 1443년까지 이 대학교는 여러 가지 정치적으로 복잡한 사정 때문에 그라이프스발트(Greifswald)로 이전해야만 했다. 그리고 1487년부터 1488년까지는 뤼베크(Lübeck)로 또 한 번 이전해야만 했다. 그런데 1542년 이 대학교가 개신교 재단으로 넘어가버리면서 학풍이 인문주의와 루터주의로 바뀌게 되었다. 그리고 30년전쟁의 영향으로 이 대학도 침체기에 빠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69년에 세워진 로스토크대학교의 도서관은 현재 220만 권의 장서를 보관한 유서 깊은 도서관으로 명성이 높다. 오늘날의 대학 건물은 19세기에 들어서서 본격적으로 증설되었다. 의대 건물도 이때에 증축되었다. 그리고 철학자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1770-1831)만큼이나 유명한 역사학자 헤겔(Karl Hegel, 1813-1901)의 주도로 1841년에 인문학부가 들어섰다. 그리고 바르취(Karl Bartsch, 1832-1888)가 독일 최초로 대학교에 독문학과를 개설한 곳도 바로 이 로스토크대학교이다. 이 대학교 출신으로 인물에는 트로이 유적 발굴로 유명해진 슐리이만(Heinrich Schliemann, 1822-1890)도 있다.     

일부 사람들은 로스토크가 구동독 지역에 있었다는 이유로 꺼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독일 통일 30년이 지난 이 시점에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다른 여느 독일 도시와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전통적인 구시가지와 장엄한 성당이 있고 무엇보다도 바르네뮌데(Warnemünde)라고 부르는 독일 최고의 해양 휴양지가 여기에 있다. 긴 모래사장이 늘어진 이곳으로 세계적인 크루즈 여객선이 쉴 새 없이 드나든다. 원래 이 마을은 1200년경에 세워진 작은 어촌이었다.      



로스토크라는 지명은 슬라브어로 ‘갈라지다’라는 뜻의 로츠(roz)와 ‘강’이라는 뜻의 토크(tok)가 결합된 것이다. 로스토프를 지나 발트해로 들어가는 바르노프강이 이 도시에서 갈라져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많은 파괴를 경험한 도시치고는 중세의 건물들이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시내에서 가장 큰 건물인 상트 마리엔 성당(St. Marien)은 1232년에 지어진 것으로 바크슈타인 고딕양식(Backsteingotik)을 대표하고 있다. 13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시청사는 1727년에 바로크양식으로 개축되었다. 한자동맹 시대에 지어진 하우스바움하우스(Hausbaumhaus) 또한 유명한 고딕 양식 건물이다. 이 도시를 둘러싸며 한때 외적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하였던 장벽의 흔적도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시내에는 네오고딕양식의 법원 건물(Ständehaus), 네오르네상스양식의 대학 본부 건물도 관광객들이 반드시 찾아보는 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난 다음에 구동독 시절에 새로 건립된 이른바 사회주의적 고전주의를 대표하는 건물들도 많다. 건축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이 도시를 반드시 들러보아야 할 것이다.      



로스토크는 문화적으로도 매우 수준 있는 도시이다. 여기에 적을 두고 있는 북독필하모니오케스트라(Norddeutsche Philharmonie)는 독일에서도 정상급의 악단이다. 또한 비록 1786년에 건립된 로스토크 시립극장이 제2차 세계대전 때 무너져 버렸지만, 구동독 시대에 많은 극장과 공연장이 세워져 그 명맥을 이어갔다. 1994년에 세워진 로스토크 음악 연극 전문학교(Hochschule für Musik und Theater Rostock)는 독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교육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문화적으로 구동독 시절을 거치면서 기독교의 영향이 매우 적은 도시가 되었다. 현재 가톨릭과 개신교를 합하여 기독교 신자는 13%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무신론자들이다. 그래서 만약 종교적 분위기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로스토크대학교를 선택할 때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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