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포건달 Mar 13. 2024

1년간 걷기에 미쳐보기로 했다

누적거리: 0km, 누적시간: 0시간00분

Like Crazy


사실, 건강을 위해 걷기를 시작했던 건 아니다. 살을 빼기 위해서 선택한 방법도 아니었다. 그냥 우연한 기회에 ‘그냥 이대로 쭈욱 걸어볼까?’ 했던 것이, 그날 평생 가장 많이 걸은 하루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너무 좋았던 탓에, 이왕이면 계속 걸어볼까 하고 3개월을 내리 걸었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졌다.


1년을 미친 듯이 걸으면 나한테
어떤 변화가 올까?


정말 흥미로웠다. 라이크 크레이지! 내 인생에 ‘미친 듯이’라는 단어를 써 가며 했던 일들이 있었던가 싶다. 돌이켜보면 나름 일을 열심히 했었고, 사랑을 해 봤고, 그리고 놀아도 봤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모든 일들에 ‘미친 듯이’ 작정하며 달겨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처음부터 워밍업도 없이 너무 많은 걸음을 걸었다. 발가락이 저리고, 발등이 시큰하고, 무릎보다는 대퇴부 고관절이 땡겼다. 아내가 미친 짓이라고 그만두란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표현을 써 가면서, ‘과하면 안 하느니 못하다’고 걱정 반, 잔소리 반이다.


직장 동료들이나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나름의 사연이 있었나 싶으면 그건 아닌 것 같고. 누구한테 들었다든지, 누구 동료를 봤는데 그렇게 많이 걸으면 무릎이 나간다고 한 마디씩 한다. 사실, 고맙기도 하고 걱정도 되었지만 나는 아직 멀쩡한 것 같으니, 만일 걷다가 스스로 아니다 싶으면 잠시 쉬겠다고 말을 했다.


마음은 그랬다. ‘다들 나만큼 걸어보고 걱정을 하는 건가?’ 사실 하루에 5000보 이상 걷는 사람도 드물다. 하루 1만 보는 적당히 운동을 했다고 자부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나는 걷다 보니 하루 1~2만 보는 기본인 것 같고, 가장 많이 걸은 게 하루 10만 보이다.


하루 10만 보라니! 진짜 미쳤군.


23년 6월 6일부터 시작한 나의 걷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미친 듯이 1년이니, 24년 6월 5일이 내 마감 시간이다. 매일같이 일상으로 걸었던 곳은 차치하고, 어떤 동네를 구석구석 탐방하거나 또는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걷기 경로를 계획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어떤 동네의 유명한 맛집을 찾아가거나 특히, 이름 있는 커피집을 들러 남들이 다 맛있다고 하는 커피는 정말 맛있을까? 하고, 나름 팩트를 체크하는 워킹리뷰를 함께 쓰기로 했다. 그러니까 걸으면서 유튜브 방송을 청취하고(오디오처럼 듣기만 하는), 공부하고, 생각하고, 그렇게 글을 쓰게 되면 최소 2~3개의 소재가 나오는 것이 아주 근사했다.


내 딴에는 여러 가지 지론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꾸준함이 주는 대단함‘이다. 직장도 그렇고, 옮길 생각을 못하고 그저 열심히 다녔더니 어느 순간 25년이 넘었다. 자랑할만한 게 몇 개 없지만, 그거 하나는 참 뿌듯하고 나의 인생 금메달이다.


이제는 걷고, 생각하고, 쓰는 이 순간들이 꾸준하게 모인다면. 그것도 아주 멋진 나의 메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1년간 걷기에 미쳐보기로 했다.


- 끝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