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치않는 좌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중-2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두 배나 높은 이유는 흔히 자신의 문제들에 관해 고민하면서 그것을 분석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고자 두고두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밖에서 운동 시합을 하거나 사무실을 나와 산책하기도 한다. 또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자주 술에 의존하는데 남자는 술독에 빠지고, 여자는 우울증에 빠진다.”
- 마틴 샐리그만, (2012). 낙관성 학습. 물푸레
첫 번째 백수가 되는 과정에서 태어나서 가장 최악으로 멘탈이 무너졌다.
당시엔 5년간 다녔던 회사를 떠나 새로운 스타트업에 온보딩 하던 2개월 차였는데 직무도 맞지 않아 성과도 안나고, 동료와도 못지내고, 리더도 대하기 너무 어려웠다.
무엇이든 해낼 것 같았던 자만심 가득하던 책임 진급 대상자가 회의 시간에 한 마디도 못하는 애물단지 경력 입사자가 되어 버렸다.
그나마 기댈 곳이라고 생각했던 심리 상담사를 찾았지만 그녀와도 맞지 않아서 상담을 받을 수록 화가 났고 나의 불안은 인생 최고조를 찍었다.
“불안이 많이 심하시지만 자살 충동이 높지 않으셔서요. 아직 약을 권하긴 이를 것 같네요.”라고 마무리 되었던 상담이 무색하게, 바로 다음 상담에서 나는 마약에 중독된 사람처럼 “제발 약좀 주세요”라고 말했다.
항불안제를 태어나서 처음 먹게 되었고, 결국 회사를 나왔다.
“왜 내 인생이 이렇게 되었지? 내가 뭘 잘못했지? 지금 상황이 너무 부끄럽고 싫다.”
꽤나 오랜시간 이러한 생각을 곱씹고 곱씹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감사하게도 받게 된 코칭에서 코치 님은 내게 말했다.
“다솜 님, 지금 부정적인 생각으로 계속 되돌아가고 계세요. 그만두세요.”
꽤나 단호한 말투로, 손으로 멱살을 잡아 당기는 제스쳐를 취하며 말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 뒤로 마법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그만 둘 순 없었지만, 덕분에 곱씹고 곱씹는 나를 알아차리고, 10번 중 한 두번은 멈춰보려 애썼다.
처음부터 10일 순 없고 0보단 1, 2가 더 낫다고 토닥이면서.
마틴 셀리그만, 반추하지 않기
반추하기(ruminating)는 우리가 어떤 일이나 감정에 대해 계속해서 생각하고,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일을 계속해서 되새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에게 불친절 했던 점원이나 일하면서 저지른 나의 실수를 계속 생각하며 괴로워하는 것을 반추한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반추 하는 것은 처음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많이 하게 되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슬픔, 걱정, 불안이 커지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그 일에만 빠져들게 되어서 더 좋은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기 어려워진다.
만약 관계에서 생긴 문제라면 상대에게 마음을 열기 어렵고 소통이 차단되어서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연구에 따르면 2분만 주의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의 반추 충동을 끊을 수 있다고 한다.(1) 그래서 걱정스럽고 속상하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충동이 사라질 때까지 다른 일에 집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민망하고, 부끄럽고, 화나고, 슬픈 순간으로 자꾸만 생각이 향한다면, 좋아하는 음악을 따라부르거나 잠시 나와서 산책을 하거나 기분이 좋아지는 활동을 해보자. 딱 2분만!
(1) Guy Winch. (2015. 2. 17). How to practice emotional first aid. Youtube. https://www.youtube.com/watch?v=F2hc2FLOdhI
마틴 셀리그만에 관한 <심리학 한 조각>이 더 궁금하다면
- 마틴 셀리그만, '설명 양식' 링크
- 마틴 셀리그만, ‘반추하지 않기' 링크
- 마틴 셀리그만, ‘반박하기'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