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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no Apr 30. 2024

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오버 - 열린책들





타라의 삶을 들여다 봅니다




 사람을 움직이는 동력은 무엇일까? 안에 있는 어둠을 이겨내고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걸음. 수없이 번민하고 이 길이 맞는지 혼란스러움에도 전진할 수 있는 동력이 무엇인지 항상 고민한다. 니체가 말한 낙타정신(나는 해야만 한다)으로 등에 얹힌 무거운 짐을 지고 오로지 순종과 믿음으로 버텨내는 날들에서, 등 위의 짐인 관습을 부정하고 파괴하며 일어서는 사자정신(나는 하길 원한다)으로 각성하는 축복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자신이 여태껏 살아온 세상의 전복이 있어야 가능한 경험들이며 실제 그다음 단계로 이어져 내 삶을 새로이 축조하며 이제부터의 삶을 긍정적으로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를 수 있다면 그 동력이 온 몸에 넘쳐날 수 있을까?



 니체가 말한 아이정신에서의 스스로 도는 수레바퀴가 된다면 진정한 내 삶이라 말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꿀벌'상태로 머물러 '집에 무엇을 갖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생각'에 골몰한 채 하루하루 자신의 삶의 무료함과 풀리지 않는 막연한 갈증으로 허덕이는 삶을 살아간다 생각한다. 나 역시 이 사이 어디쯤에 있는지 고민하며 기록한다. 내면의 성장기를 살고있기에 사자정신의 어디쯤을 지나는 중이길 바란다. 그러나 물어뜯기는 할 수 있는데 뒷수습은 안 되는 겁 많은 낙타로 사는 것 같다. 언제쯤 나는 짐승(?)의 탈을 벗어던지고 순연한 아이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살 수 있는지는 일단 이 생을 더 살아봐야 알 것 같은데 벌써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묶여있던 한 송이 꽃 같아요







 여기 몰몬교의 교리를 등에 업고 세상의 종말의 때를 걱정하는 부모님의 낙타정신과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써내기를 바라는 소녀가 가진 어린아이 정신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는  있다. 타라 웨스트오버의 <배움의 발견>을 통해 나는 이 두 정신이 만들어 낸 삶의 엄청난 차이를 목도하게 되었다. 이 책이 교육을 통해 개천에서 용 났다는 식의 내용만 있었다면 읽고난 뒤 쉽게 잊혔졌을 것이다. 그러나 주인공 타라의 성장은 남다르다. 자신이 속한, 마땅히 사랑받아야 할 가족에게 부정당하고 배움의 가치 또한 그녀의 타락으로 치부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 전체를 다시 재정립하는 외로운 싸움을 해 왔기에 마침내 그녀가 만난 세상을 바라보는 일은 같이 힘겹게 산을 오른 뒤 만나는 정상 위에서의 바람을 내가 먼저 애타게 갈망하는 일이기도 했다.  




 나는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바로잡히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안다. 잘못 알고 있던 규모가 너무도 커서 그것을 바로잡으면 세상 전체가 변할 정도였다. 이제 역사를 이해하는 길로 통하는 문을 지키는 위대한 문지기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무지와 편견을 해결했는지를 알아야만 했다. - p. 373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그런 가짜는 특별한 빛을 비출 때만 빛이 나지요. 학생이 어떤 사람이 되든,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만들어 나가든, 그것은 학생의 본모습이에요. 늘 자기 안에 존재했던 본질적인 모습, 케임브리지에서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학생 안에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학생은 순금이예요. -p. 379



 세상이 언제 멸망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자신의 가족들을 미국의 아이다호 시골마을에서 고물상을 하며 세상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며 살아가던 몰몬교 신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타라. 그녀는 정부를 불신하던 아버지 덕분에 출생증명서조차 없었다. 그녀가 뇌진탕을 입고, 화상을 당하고, 엄청난 피를 흘려도 오로지 기댈 곳은 엄마의 약초뿐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약초들과 제조법으로 인해 타라의 집은 후에 부유해지도 한다. 산파이자 동종요법 치료사인 타라의 엄마가 온몸이 흘러내릴 정도의 화상을 입은 타라의 아버지를 약초치료로 살렸는데 그 소식이 전해지며 미국 전역에서 구매를 원하는 이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란다.



 복숭아 병조림을 만들고, 고물상에서 고물들을 분리하고 밤이면 생존키트가 담긴 가방을 끌어안고 불안에 떨며 잠에 들어야 했던 어린 소녀. 외부와 단절된 채 살아오던 타라는 셋째 타일러 오빠가 남겨주고 간 음악 CD로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간다. 그러다 대입자격시험을 권한 타일러로 인해 시험을 보게 되는데 아버지 눈을 피해 독학으로 공부는 했지만 OMR답안지 작성법도 몰라 어쩔 줄 모르던 그녀는 가까스로 28점을 맞고 몰몬교 재단의 브리검 영 대학에 입학을 한다. 성경과 몰몬교 경정만이 독서의 전부였던 그녀가 만나게 된 세상을 상상해 보라. 나폴레옹과 장발장 중 누가 허구의 인물인지도 모르던 타라에게 거대한 파도가 되어 밀려오는 축적된 인류 역사 속 지식들로 그녀가 익사하지 않은 것, 배움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녀의 구원은 스스로 낸 용기죠






 그녀는 후에 교환학생으로 다른 대학에서의 수업을 받게 되었고, 그녀를 순금이라 칭하는 스타인버그 교수로 인해 아버지의 세상에서 타락한 창녀로 내몰리며 비난받는 두려움을 몰아내고 자기 자신만의 역사를 새로이 써내려가게 된다. 성장은 고통스럽다.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족에서 내몰릴 걱정에 결국 오빠의 지속적인 폭행과 성추행등을 타라와 함께 공론화시키고 그를 고발하기로 마음먹었던 언니가 결국 생각을 바꾸고 가족들 옆에 남는다 선언했을 때, 타라는 또 한 번 외로운 싸움에 홀로 놓이게 되었지만 자신이 받은 교육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토대로 용기 있게 이 책을 써 내려갔다.


 

 이 축복을 받아들이면, 아버지는 나를 정화할 것이다. 손을 내 머리에 얹고, 내가 과거에 한 말들을 사주한 사악한 것, 나를 우리 가족의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로 만든 사악한 것을 내 몸에서 쫓아낼 것이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것뿐이었고, 5분 후며 모든 게 끝날 것이었다. (중략)

 내가 그때까지 해온 모든 노력, 몇 년 동안 해온 모든 공부는 바로 이 특권을 사기 위한 것이었다. 아버지가 내게 준 것 이상의 진실을 보고 경험하고, 그 진실들을 사용해 내 정신을 구축할 수 있는 특권. 지금 굴복한다는 것은 단순히 언쟁에 한번 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그것은 내 정신의 소유권을 잃는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내게 요구되는 대가였다.    -p. 471



 그녀는 끊임없이 갈등한다. 자신이 받아들인 세상과 자신의 기초가 된 세상의 대립은 너무도 극명하고 깊은 간극으로 타라를 사이에 두고 존재한다. 두 세상의 다리조차 만들 수 없는 상황에서 스스로 옳다고 믿는 세상을 향해 발을 딛을수록 가족은 멀어지고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길은 희미해지고 아버지의 성문은 굳게 닫혀버린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행동이다. 나약하지만 그 나약함 안에 힘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서 살겠다는 확신. - p. 311



 <누가 역사를 쓰는가?> 나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p. 492



 바로 나, 어떤 누구의 구속이나 종용도 개입하지 못하는 온전한 나만이 나의 역사를 쓸 수 있다라고 선언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새겨진다.



 

외로운 싸움 속의 그녀를 응원합니다






 타라의 이야기가 알려지고 이슈화되자 그녀의 부모도 <Educating>이란 책을 출간한다. 타라의 책 제목이 <Educated>인데 현재 진행형이 붙은 부모님 책의 제목을 보자 살짝 소름이 돋았다. 자신들의 신념이 확고하며 아직도 진행 중이라 강변하는 것만 같다. 그들의 입장에서 안온한 자신들의 성채를 벗어난 막내딸 타라의 선택은 세상의 잘못된 지식을 전수받아 일어난 일종의 타락이자 가족의 돌연변이인 셈이다.



 나는 타라를 지지한다. 끊임없이 갈등하고 흔들리고 의심하며 자신이 어렵게 구축해 낸 자신만의 가치관과 자신이 지금 써 내려가고 있는 매일의 역사 속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동사형의 세상을 더 지지한다. 배움을 통해 낙타의 등짐을 벗고 아이처럼 자유로운 영혼이 된 그녀가 타인에게 전하는 수많은 강연들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그녀처럼 스스로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삶을 찾아가길 바란다.















* 같이 듣고 싶은 곡


Dennis Korn : Roses and books


https://youtu.be/5veqcZiyAOw?si=AATj6QXwA7vp_Ed4



















#타라웨스트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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