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선생님들께
어제, 한 시대의 스승이 떠났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평등과 생태, 평화가 무엇인지 전하던 이. 그가 남긴 “미안하다.”는 말에 그의 진심이 전해졌습니다.
대학 때,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처음 읽었습니다. ‘나는 스스로 투철한 혁명가가 아니라 단지 삶의 의미를 되새겼고 그에 충실하고자 했다.‘ 이 문장은 저를 다른 세계로 이끄는 듯했습니다. 서로 다른 견해가 자유롭게 표현되어야 관계가 이어질 수 있다는 그의 논리는 사회제도가 정한 틀을 깨고 바깥세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방송작가로 일하던 시절 그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한국사회에서 ‘홍세화’라는 이름 석자는 적이기도 했고 벗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꾸 미안하다고, 5분 먼저 기다리고 있던 내게도 미안하고, 어린 후배들에게 잔소리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고, 자신과 다른 견해를 비치는 이들에게도 미안하고, 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정말로 미안해서 더 사랑하며 살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담긴 표정까지 온통 미안함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여전히 그가 그토록 미안했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인간답게 산다는 것은 또 무엇일까요.
영화 ‘에반올마이티’의 대사를 떠올립니다.
“세상을 바꾸는 게 뭔지 아나?”
“방관하지 않고 주는 사랑”
방관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랑의 본질을 지키는 것입니다. 사랑하기 위해 이해하기보다 이해가 사랑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 진정한 사랑에는 연민과 자비가 존재합니다. 우리의 마음공부도 이와 같지요. 공부의 목적지가 있다면 오직 사랑입니다.
지금 사랑하려 애쓰는 누군가가 있다면, 잠시 멈춰보세요. 그리고 천천히 그 이를 이해해 보세요. 진심 어린 이해는 차츰 포용과 사랑으로 자라날 거예요. 그가 떠나며 우리에게 남긴 ‘방관하지 않는 사랑’으로.
“삶은 곧 사랑이며, 삶의 가치관은 곧 사랑의 가치관이다” _ 故 홍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