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으면 그냥 먹고, 사고 싶으면 그냥 사자
얼마 전 15,000원 하는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은데 비싼 가격에 망설이다 결국 먹지 않기로 했다. 대충 집에 있던 음식으로 식사를 하고 TV를 보는데 하필 또 떡볶이를 먹는 모습이 나온다. 자기 직전까지 떡볶이 생각이 났다. 먹고 싶지 않은 음식으로 배를 채워서인지 배가 고프지 않음에도 허기가 졌다.
다음날 눈뜨자마자 또 떡볶이가 생각났다. 하지만 1인분은 따로 판매하지 않는 곳이기에 혼자 먹든 둘이 먹든 셋이 먹든 나는 무조건 3~4인분 양의 15,000원짜리 떡볶이를 주문해야 했다.
먹다 남은 떡볶이는 첫맛처럼 맛있지 않을 테고, 그 갓 만들어진 맛있는 1인분을 먹자고 거금을 내려니 정말 고민이 되었다. 그런데 다시 또 대충 아무 걸로 때우고 넘어가면 더욱더 생각이 날 것 같아 결국 주문을 했다. 막 그렇게 비싼 음식도 아닌데 이거 하나 먹자고 이틀이나 고심할 일인가 싶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기에 전화로 주문을 한 뒤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15분 뒤에 오시라는 연락을 받고 방문 포장을 해왔다. 처음 주문하는 곳이었는데 사장님께서는 서비스 음식도 몇 가지 챙겨 넣었다고 말씀해주셨다.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봉투를 들고 오는데 벌써 기분이 좋았다. 혹시 내가 이틀 내내 고민하다가 주문했다는 것을 눈치채신 걸까.
참고 참다가 먹은 만큼 말도 안 되게 맛있어서 잠시 이성을 잃을 뻔했다. 빨리 많이 먹고 싶어 정신을 못 차렸다. 맛있어서 행복했고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는 양을 보니 또 행복했고 혼자서 여유롭게 이걸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한번 더 행복했다.
이렇게 확실한 행복을 누리고 나니 이렇게 맛있게 먹을 거였으면 그냥 진작 먹을걸 싶었다. 스스로에게 15,000원 쓰는 것을 망설인 게 참 그랬다.
언젠가부터 굳어진 이런 소비습관은 음식을 먹을 때도 무언가를 구매할 때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먹고 싶은 음식이 너무 비싸면 대체식품을 찾는다. 사고 싶거나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꼭 세일 코너에 있는 항목들을 먼저 살펴본다. 이런 소비습관이 가져다주는 장점도 있지만 때론 스스로가 답답할 때도 있다.
이것저것 먹고 싶은데 비용이나 살이 찌는 것 때문에 고민이라는 한 사람의 말에 "나이 들면 먹고 싶은 것도 별로 없어요. 먹고 싶은 거 있을 때 많이 드세요"라고 말한 방송을 본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이후 생각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마냥 쉽지만은 않다.
3일, 총 6번에 걸쳐 떡볶이를 마무리했다. 6번 모두 맛있게 먹었고 매번 행복했다. 해봐야 1회 2,500원 하는 행복비용이었다. 남들한테 기프티콘 만원 돈 하는 것은 잘도 뿌리면서 스스로에겐 이 정도 선물도 망설였다니. 앞으로도 행복비용이 얼마가 되든 내가 원한다면 그냥 하려고 한다. 삶은 단순하게 살수록 좋은 것 같다.